어제 운동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머니 속 집 키가 없길래 헬스장에 두고 온 것 아닌가 해서 다시 돌아갔지만 거기엔 집 키가 없었다. 가만히 서서 생각해보니, 애초에 집에서 나올 때 집 키를 들고 나온 기억이 없었다. 이런! 집 키를 두고 문을 잠갔으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잖아? 미국에 온지 석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이런 일을 드디어 처음 경험하고야 말았다.


매니저에게 급히 긴급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핸드폰 번호를 남겨놓으니 2분 안에 바로 회답이 왔다. 그 와중에 새로운 영어 표현을 익혔다. 'lock out'. out 이라는 단어에서 느낌이 팍팍 오지만 이와 같이 문이 잠기고 열쇠는 없어서 들어갈 수 없어 '밖에 갇힌(?)'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었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머리에 심어놓았다. 20분 안에 도착할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긴급센터에서 사람이 왔고, 그가 건네준 종이에 날짜를 적고 서명을 한 뒤 4층으로 올라갔다. 운동을 갔다온 터라 당시 내 가방과 주머니에는 내 신원을 증명할 신분증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여권을 보여주어 내가 그 Sung-Soo Kim 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했다.


이 과정을 진행하는 데 들인 돈이 무려 $75. 계좌에서 자동으로 이체될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문 하나 따주는데 이렇게나 돈이 많이 들어? 뭐 인건비가 비싼 이 나라에서 정식 근무 시간(office hour) 외의 시간에 사람을 따로 불러내어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나 값이 나갈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어쩐지 이번 달 지출이 적다 싶더니 여기서 결국 돈이 나가는구만. 왜 미국 집은 번호 키로 된 전자 도어 록을 쓰지 않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열쇠를 들고 다니는 것이 정말 드문 일이 되었단 말이다... 뭐 아무튼 미국에서 지내고 있으니 미국 풍습을 따라야지. 다음부터는 절대로 키를 두고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옆 방의 미국인 포닥이 새로운 영어 표현을 이 때 써먹을 수 있다고 했다: "That sucks!"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