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現 대통령인 윤석열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신다. 그가 前 대통령인 박근혜의 몰락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보수파의 향기가 그에게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한 가지 높이 사는 점은 사회 갈등 요소들을 과감하게 해치워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그가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에 기성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의 속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라 했다.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부터 이미 드러난 과단성 아니었는가? 화물연대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 건설업계에 만연한 문제들에 대한 거친 발언, 그리고 노조의 돈 관리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은 어떠한가? 이는 현 정부 실세들이 얼마나 노조를 척결 대상으로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일제 강제 징용에 대한 배상에 대한 전격적인 선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정부가 역사적인 논란은 과거의 것으로 여기고 한-미-일 간의 공조를 통한 중국과의 대결을 더 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 이 모든 조치들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의 국민의힘 계열 정부든,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부든 모두들 과감하게 결정하기 힘든 것들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일견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이런 파격적이고도 비가역적인 결정들은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훗날 정권을 잡더라도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ㅡ 원상복귀시키기보다는 '예전 정부가 이렇게 해버렸으니 이젠 손쓸 수 없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며 전 정부를 매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 이전 문제를 누가 실행할 있었으며, 노조 때리기를 누가 나서서 감히 할 수 있었겠으며, 과거사 문제를 누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미 그 모든 일을 먼저 행함으로써 만인 앞에 돌세례를 받는 역할을 이 정권이 자임했다. 뒤를 잇는 정권들은 대놓고 말은 못해도 앓던 이가 뽑힌 후련함을 느낄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정부는 대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면서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진실을 찾아야 한다느니, 창조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느니,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느니. 하지만 지금 정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게 맞는지 그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현 정부는 굉장히 선명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예측 가능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