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본 적은 딱 네 번 있었는데 1993년 잠실, 2010년 보스턴, 2011년 잠실, 그리고 2019년 샌디에이고에서였다. 그나마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2010년 보스턴에서가 유일했는데, 그때는 미국의 스포츠 문화를 경험해 보자는 사명감을 지닌 채 국기에 대한 경례서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9회말까지 경기를 다 보았다. 사실 경기를 보는 게 정말 고역이었다. 재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치로라고 하는 유명한 일본인 선수가 원정팀으로 보스턴에 왔다는데 내게 이치로는 일본의 흔한 이름 一郎 중 하나에 불과했다. 내게는 정말이지 야구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스포츠 ㅡ 도대체 이 놀이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뭔지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궁금하다. ㅡ 였다.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우리 아버지는 1993년에 롯데와 OB가 맞붙은 잠실 경기장으로 나를 데려갔지만, 정작 아들은 경기에 관심은 없었고 조그마한 포켓 한자책을 야구장 조명에 비춰 읽고 있었다. 왠 아저씨들이 구운 오징어에 술을 마시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따금씩 공이 관중석으로 떨어지면 리드미컬하게 '아주라'라고 외쳤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 아버지는 그게 사투리로 애한테 공을 주라는 뜻이라고 얘기했다. 게임 후반부가 되면서 나는 아버지에게 집에 가자고 졸랐고, 결국 7회말이었나 경기장을 빠져나와 안양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이 시기의 기억이 강해서 내가 기억하는 야구선수 이름을 대라고 하면 김응국? 마해영 이런 사람들 이름이 먼저 나온다.) 


내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주변에 야구경기를 보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때는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보급되면서 축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영향인지 해외축구에 관심있는 애들이 좀 있었을 따름이다. 야구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1학년 때 야구경기를 라디오 중계로 듣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걸 서너시간 내내 주구장창 틀어놓고 들으면 시끄럽지 않나, 머릿속에서 야구장이 그려지나? 또 충격이었던 것은 학부 3학년 때 네이버가 야구 중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걸 틀어놓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또 학내 캠퍼스에서 글러브를 가지고 나와 잔디밭에서 공을 던지고 받는 걸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오직 초등학생 때 찍찍이 벨크로가 붙은 원판을 손에 끼고 쩍쩍 달라붙는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애들 놀이라든지 테니스공을 던지고 쳐 내는 와리가리라는 게임 정도만 알고 있었건만 그걸 캐치볼이라고 하며 진지하게 쉬는 시간을 채우는 실험실 선배들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캠퍼스 건물 유리가 깨져서 절대 그걸 하지 말라는 게시물이 나붙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왜 야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둘 중 하나인데, 어려서부터 좋아했거나 응원이 재미있어서라고들 한다. 경기가 흥미롭다든지 오묘한 재미가 있어서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답변에 어떠한 징후가 느껴지는 까닭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왜 기독교가 좋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이 모태신앙이었거나 교회 예배 분위기가 재미있어서라고만 답하지 교리 자체가 흥미롭다든지 오묘한 진리가 느껴져서 좋아한다고 얘기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서이다. 알다시피 한국 교회는 늙어가고 있고, 신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종교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더 큰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교회에서 이탈하고 있다. 


야구라고 별다를 게 있겠는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