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행하는 두 실험이 어느 정도 굴러가기 시작한다. 멘붕에 빠졌었던 1~2월 ― 특히 2월은 최악이었지! ― 이후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최근에야 뭔가 일이 좀 풀려나가는 것 같다.


콩기름 실험같은 경우, 합성 및 불순물 분리 과정 자체에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대로 작용기의 종류와 갯수를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전까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던 물성 분석에서 조금 애를 먹고 있으나 어떤 배합으로부터 출발해야 물성을 원활하게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행착오를 몇 번 겪은 결과 이제는 그 조건이 어느 정도 확인된 듯 싶다. 오늘 저녁에 적외선분광법으로 확인해보았고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짧은 시일 안에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블록공중합체 리소그래피 실험같은 경우는, 지리한 공중합체 합성 과정이 어느 정도 종료될 기미를 보여 무척 기분이 좋다. 기판에 수직한 블록공중합체 구조를 제조하려면 기판 표면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흔히 중성화(neutralization)라고 부른다. 오늘 느낀 사실은, 내가 다루는 블록공중합체의 중성화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수 있더라는 것이었다. 분자량이 굉장히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이로 인해 중성화 조건이 굉장히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당분간은 공중합체 합성보다는 혼합을 통해 중성화 조건을 달성하고 그 이후의 실험을 계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최근 스핀 코팅 할 때마다 기판이 너무 더러워서 이유가 뭘까 계속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결국 고분자 필름 하나하나 제조할 때마다 정성을 다하여 조심스럽게 자르고, 씻고, 옮겨야 하며, 고분자 용액도 항상 여과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화학이 아니다.)


우울했던 긴 터널같은 시간을 지나 모처럼 가능성을 확인해보니 기분이 무척 좋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역시 연구자는 연구가 원활하게 잘 될 때 비로소 행복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지금 내 목표는 5월 안에 두 연구 주제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모든 그림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왠지 이번만큼은 ― 지난 번에 분루(憤淚)를 삼키며 다음을 기약했건만 ― 실현 가능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