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계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그러나 사실상 본 홈페이지의 별관처럼 사용하는) 페이스북에 처음 가입한 것은 2010년의 일이었다. 중간에 짐짓 느낀 바가 있어 2013년에 계정을 삭제했다가 이듬해 다시 가입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페이스북의 장점은 내가 올린 컨텐츠가 '친구'로 맺어진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방문자들이 일일이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소셜 미디어도 다를 바 없어서 싸이월드만 하더라도 일촌의 미니홈피에 파도타며 순회를 돌아야 누가 어딜 가서 어떤 사진을 찍었고 무슨 일기를 남겼는지를 겨우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웹 2.0의 발전으로 점차 RSS 피드의 개념이 확장되어 새로운 업데이트를 편히 앉아서 받아보는 시스템이 구축되더니, 급기야 페이스북이라는 신생 SNS는 가만히 있어도 쉴새없이 알림창에 누가 새 글을 올렸다느니 누가 어디를 방문했다드니 이런 잡다한 정보들을 제공해주었다. 물론 이것 때문에 피로를 느껴 SNS를 떠나는 사람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남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런 시스템 덕분에 요즘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곳이 핫한지 이런 것들을 어깨 너머, 아니 핸드폰 너머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페이스북을 통한 세상 엿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다. 우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탈하는 것이 가장 크다. 여전히 사진과 글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요즘 감성에 맞는 인스타그램을 찾아 떠났고, 결혼 등으로 바빠진 사람들은 주식 창이나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리고 SNS의 오용에서 비롯된 각종 스캔들이나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사례를 여럿 본 이들은 점차 자신의 타임라인에 자기 생각과 개인적인 것들을 담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아직은 설익은 소셜 미디어 문화가 막 확장되던 시기였던 2010년대 초반이야말로 페이스북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그런 탓인지 요즘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온갖 영문 페이지의 광고글과 정보성 포스트만 가득한 반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글을 올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재미있는 건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인데, 대부분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누군가가 올린 것만 볼뿐 자신의 것을 남기지는 않는다는 것의 방증이리라. 하긴, 페이스북이 좀 구닥다리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 그렇다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하기에는 이미 내가 구닥다리가 된 기분이다. 구닥다리는 역시 구닥다리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법인가. 하긴 홈페이지야말로 진짜 구닥다리 서비스이긴 하지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