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 연구의 끝이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다. '이건 망했어...'라고 생각했던 실험을 희망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이번 주 내내 매달렸던 기계적, 유변학(流變學)적 물성 측정이었다. 처음 실험을 계획했을 때에는 기계적 물성이 A보다 B가 좋기를 바랐는데 정작 측정해보니 B는 A보다 좋지 않았다 (혹은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엄청 자괴감에 빠진 상태로 유변학 물성 측정을 시도했는데, 뜻밖에도 A는 B가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결과를 곰곰이 따져보니 왜 B가 A와는 전혀 다른 물성을 보이는지, A는 그런 문제점을 가지는지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희망적인 혼란 속에서 그간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나 생각해보니 내 가정이 완전히 그릇된 고분자 지식에 기반한 잘못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재고(再考)해보니 지금 얻는 결과들이 당연하게 기대될만한 것이었다. 여러 논문을 찾아보고 실험실 다른 포닥분과 대화하면서 단계 중합과 사슬 중합에 대한 이해, 싸이올-인(thiol-ene) 반응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고분자 가교(架橋)에 따른 물성 변화에 대한 이해를 새로이 해야 했다. '내가 비록 고분자화학을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고분자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한 주였다. 이 고분자 물성에 대한 지식을 늘리려면 아무래도 책을 한 권 사서 틈틈이 읽어봐야겠다. 미네소타 대학의 고분자 관련 연구 그룹들은 기계적, 유변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기 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는 이곳에서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다음주 중에 보충 실험 및 재현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일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 같고 휴가를 다녀와서는 ― 혹은 휴가 중에?? ― 논문 작업을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이란 게 잘 되다가 갑자기 어그러질 때도 많으니 너무 헛된 욕심은 품지 말아야겠다. 어쨌든 기존 박사과정 연구와는 정말 전혀 다른 일 하나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 예상되니 기분은 참 좋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