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벼르고 벼르던 재즈 공연이 미니애폴리스 시내의 재즈 클럽 '다코타(Dakota)'에서 있었다. 바로 칙 코리아(Chick Corea)와 스티브 갯(Steve Gadd)이 주축이 된 밴드의 투어 공연. 원래 계획대로라면 공연이 9시에 시작되었어야 했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 전 타임 공연 뒤 자리를 정리하고 입장객들을 순차적으로 앉혀 주문을 받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서 실제 공연은 9시 반이 다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아무렴 어떤가. 저 유명한 재즈 마스터들이 와서 공연한다는데.


아, 이윽고 익숙한 얼굴들이 무대에 등장!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돈을 들여서 조금 가까운 자리에 앉았는데, 칙 코리아와 스티브 갯이 앉은 자리가 내 자리로부터 불과 5 m 이내 정도여서 그의 표정과 손놀림을 아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공연은 약 1시간 1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연주된 곡은 총 네 곡이었다.


1. Humpty Dumpty

2. Chinese Butterfly

3. Return to Forever

4. Spain


그런데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괜히 이 두사람이 거장이 아닌 것이었다. 그들의 연주는 힘있고 호소력이 있었다. 좌중을 휘어잡은 채 풀었다 조였다 하는 그런 농간(弄奸)에 놀아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그들의 연주에 웃고 환호하며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너무나도 유명하고 익숙한 Return to Forever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마법에 홀린 듯 했고 나중에는 내가 거의 굿판의 한가운에 앉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랜드 피아노에서 키보드 신디사이저로 자리를 옮긴 칙 코리아는 과연 전자음악 재즈의 선두주자답게 엄청난 기교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고, 스티브 갯은 여전히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드럼 연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드럼을 손으로 두드리는 것처럼 하더니 이내 시작되어버린 마지막 곡 Spain. 아랑후에즈 협주곡 멜로디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으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곡인 Spain을 다른 사람이 아닌 원작자, 바로 칙 코리아의 연주를 통해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이같은 행운이 또 어디에 있을까! 연주가 진행되는 십분 남짓의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처음 뉴욕의 블루노트(Blue Note)에 가서 재즈 공연을 보다가 그 상황이 퍽 감동적이라서 눈물 질질 흘리며 행복감에 젖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후반부에 이르러 칙 코리아는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사람들의 떼창(?)을 유도했고, 어느새 사람들도 이제는 이성을 잃은 듯 열광적으로 이 음악에 화답하고 있었다. 이미 어느새 복도로 나와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공연이 모두 마치고 나서 대기실에서 나온 칙 코리아와 스티브 갯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가져간 앨범 커버에 사인을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칙 코리아는 Spain이 수록된 앨범 'Light as a Feather' 앞면에 사인을 해 주었고, 스티브 갯은 칙 코리아와 공동작업한 앨범이었던 'My Spanish Heart' 뒷면에 사인을 해 주었다. 스티브 갯과는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칙 코리아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오, 거기 내 나라야'라고 답해주는 센스도 발휘해주셨다. 칙 코리아는 내년에 서울에서 내한공연을 한다고 알려줬고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나는 내년에 나도 거기서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우와, 내가 칙 코리아와 얘기를 했어!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흥분이 가시질 않았고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있다. 이날 공연은 진짜 최고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장료의 두 배를 얹어 준다 해도 다시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그런 멋진 공연이었다. 게다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곡이 연주되어 감동적이었다. 다양한 소리와 훌륭한 연주, 그리고 연주자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이런 무대는 과연 거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예술가들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오늘의 공연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