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버지께서 밤중에 산에서 조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위 멘붕에 빠졌다. 교회로 가는 발걸음이 그토록 무거웠던 적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성찬례 직전에 119 대원들이 아버지를 구조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서야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정말 짧은 순간동안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조난 중에 유일하게 보낸 GPS 정보가 구조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마저 없었으면 대체 어떻게 될 뻔했을까. 나보다도 더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께서는 (이제는) 짖궂게 웃으시며 '성수 한국으로 급히 왔어야 했을 수도 있어!' 라고 말씀하시는데, 오 정말 그건 최악의 상황이면서도 온갖 경우의 수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렇듯 가까운 사람이 위기에 빠지면 제 정신을 온전히 붙잡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큰 부상 없이 구조되어 다행이지...


그나저나 아버지는 당분간 ― 아니면 이제부터 계속? ― 어머니의 지엄하신(?) 명령에 순복하며 사셔야 할 것 같다. 마누라 말만 잘 들어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했잖은가? 이에 나는 고리타분한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뜯어고쳐 아래와 같은 새로운 삼종지도를 만들어보았다.


未婚從母 (결혼하기 전에는 어머니를 따르고)

婚姻從婦 (결혼하면 아내를 따르며)

婦死從女 (아내가 세상을 떠나거는 딸을 따르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