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람마다 각자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 시계는 단순히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저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는 일정표의 역할을 하는,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시계같은 것 말이다. 게다가 사람마다 초침이 휩쓸고 지나가는 속도가 다르고 아예 어떤 사람은 초침이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해 봤냐면, 내가 계획하거나 상상한대로 모든 일들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절실하게 잘 느껴왔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을 밟는동안 많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떤 일이 계획대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내 시계만을 바라보며 일을 꾸며서는 안 된다. 이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이들의 시계를 읽고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이들의 시계가 모두 동기화되어 어느 한 시점에서 같은 시각을 가리킬 때, 일시에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며 알람이 울릴 때, 그제서야 그것은 성취되는 법이다.


요즘은 하도 자책을 하지 않다보니 '정말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걸까?'하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밀려올 때가 있기도 하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일들인데 어쩌겠나. 뚜렷한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전진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거면 됐지, 강제로 남의 시계를 조정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다 그 분의 뜻대로 이뤄지겠지 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