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실험 및 지원 때문에 정신 없이 지내다가 금요일에 뉴올리언스로 떠난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그제였나, 교수님이 금요일 10시에 잠깐 미팅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네!'라고 했다가 이날 1시에 비행기가 이륙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다음날 그 얘기를 했더니 '아니, 너는 휴가 떠나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라고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하는 교수님. (그런데 사실이었으므로 뭐라 변명할 수가 없다.)


10시에 간단한 미팅이 끝난 뒤 Lyft 택시 서비스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도 하고, 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미 전날 체크인을 마친데다가 부치는 짐조차 없어 ㅡ 백팩 하나 달랑 매고 간다. ㅡ 공항에 도착한지 30분도 안 되어 탑승구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지금 창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저 비행기는 디트로이트로 가는 비행편. 저가 항공사로서 최악의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Spirit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놀랍게도) 아직 출발이 지연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노트북을 가지고 갈까 말까 하다가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피치 못하게(?) 노트북을 들고 가게 되었다. 우선 지원서 제출과 관련해서 긴급한 사항이 생길수도 있으니 가져가는 것이 첫째 이유, 교수님이 논문 리뷰를 부탁해서 논문을 읽고 해당 내용들을 검색하는 데 핸드폰만으로 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니 가져가는 두 번째, 그리고 방안에서 혹시라도 무료할까바 가져가는 것이 세 번째.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모든 것이 '기우였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여행 기간 내내 노트북을 한번도 열지 않는 것이다.


사실 뉴올리언스 여행은 날짜만 정해놨을 뿐이지 가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오늘 밤에 재즈클럽인 Preservation Hall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과 주말동안 Fairground에 가서 재즈 페스티벌을 즐기겠다는 게 미리 계획된 일정의 전부이다. (심지어 정해진 일정조차 매우 엉성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뭐 Garden district과 French Quarter, 그리고 교회 몇몇을 돌아보면 되겠지 싶다. 그래봐야 재즈의 본고장에 가서 재즈를 들으면 그게 '장땡'이지, 뭐 번거롭게 계획을 짤 필요 있나 싶기도 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