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게 패배한 대표팀에게 동정심을 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현재 상황이 그들에게는 너무 가혹하기에 진심어린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우러나오는 것 뿐이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게 2018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우선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하는 영광을 누렸고, 탑 디비전(top division)에 승격한 결과 자력으로 세계 선수권 대회 (IIHF World Championship)에 진출해서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물론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굉장한 미사여구(美辭麗句)에 지나지 않으며 실상 2018년 한 해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성적표는 0승11패 '전패'였다. 그것도 아슬아슬한 패배가 아니라 죄다 큰 점수차 및 0패 (shut out) 투성이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게 비난이 쏟아지지는 않았고,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백지선(Jim Pek) 감독은 재선임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축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력이 없는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 중에서 그나마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대표팀을 꾸린 것인데 다른 나라 대표팀에 비해 실력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선수들 자신들도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것을 쉬이 용납해주지 못한다. 그것은 당신들이 아이스하키 선수가 아니라 축구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건 당신들에게 주어진 끔찍한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2002년의 환상적인 마법이 남겨놓은 올무이자 벽이다.


심지어 이들에게는 하소연이나 궁시렁거림조차 금지되어 있다. 당장 이번 대표팀 주장이 그러한 일들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던 기성용이 아니던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싫다면 눈이 있어도 못 본 척, 귀가 있어도 못 들은 척 하며 지내야 한다.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세상에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비난받아야 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선수들이 불쌍하다. 실력이 저하된 고등학생들을 모아놓고 '왜 너희는 선배들처럼 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못 따는 거니!'라고 질책하는 느낌이 든다. 기실 실력의 저하는 그들 탓이 아니고 우리 탓도 아닌 것을.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