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베트남의 다낭(Đà Nẵng)에 이른 여름 휴가차 다녀왔다. 출발 당시 내가 다낭에 머무는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 예보를 보았지만, 첫 이틀동안 다낭의 날씨는 무척 맑은 편이었고, 마지막 이틀은 흐리긴 했어도 비가 퍼붓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베트남 체류 중에 한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괜히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기까지 했다.


베트남은 항상 가 보고 싶었던 동남아 국가 중 하나였다. 아니, 사실 동남아시아 국가에 꼭 여행을 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출장지였던 인도네이사에 잠깐 들렀던 적, 학부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돌아오던 길에 잠시 싱가포르를 들렀던 적을 제외하고는 사실 여행다운 여행으로서 동남아를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사이 동남아시아는 한국인들이 정말 '뻔질나게' 가는 여행 명소가 되어 여행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 중 베트남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로서 동남아임에도 불구하고 기질이나 사회윤리 등이 다소 동아시아와 오히려 친밀한 편이라고 했다. 한국 곳곳에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 학생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최근 공동 연구를 수행할 때 함께 논의했던 박사도 베트남 사람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베트남어 교본도 사서 나름 공부해보고 그랬는데, 읽는 방법만 조금 터득하고 말았다.)


아무튼 다낭에 도착해서 보낸 사흘간은 무척 감미로웠다. 우선 먹거리가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고, 사나흘 묵은 리조트도 무척 멋지고 아름다웠다. 하늘과 바다는 아름다웠고, 여행 중에 방문했던 바나 힐스(Bà Nà Hills)와 호이안(Hội An)의 경치는 장관이었다. 어느 누군가는 이런 날씨를 경험하는 것은 1년에 두어 날밖에 없을 거라 했는데, 무척 운이 좋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고, 영어가 딱히 잘 통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ㅡ 마치 시골에서 우리 어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같은 느낌으로 ㅡ 통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간단한 베트남어 회화와 숫자를 익혔던 게 무척 유용했다.


오갈 때 비행편은 모두 비 때문인지 연기되었다. 다낭 도착은 원래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실제 도착 시간은 1시가 넘어서였고, 인천공항 도착은 원래 9시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실제 도착 시간은 11시였다.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필리핀 서쪽, 그러니까 베트남 동쪽 먼 바다에서 제 4호 태풍 탈림이 발생하기까지 했으니 하마터면 귀국이 더 어려워질 뻔했다. 하지만 어쨌든 무사히 한국에 왔고, 다음에 또 언제 베트남에 갈 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고 있는 중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