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도 안양 집에 머무는 동안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 팀의 홈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원래 홈 개막전은 내가 미니애폴리스에 머물던 9월 8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홋카이도(北海島) 지진으로 인해 상대팀이던 오지(王子) 이글스가 불참하게 되어 경기가 취소되었고 오늘 9월 29일에야 비로소 홈 개막전을 열수 있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운이 참 좋았다. 오후 5시 경기였는데 이미 4시가 되기 전부터 안양빙상장 앞에는 사인회 등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매표소를 확인해보니 하키장 특별석이 50,000원, 지정석A는 12,000원이기에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특별석을 질러 버렸다. '오만원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는 매표직원의 질문에 나는 '이거 $45밖에 안 하잖아요.' 라고 대답하려다가 그냥 참고 '네~'라고 명랑하게 답했다. 표를 끊은 뒤 근처에서 파는 아사히 맥주 하나를 사서 빙상장 안으로 들어갔다.


빙상장 안은 다소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특별석에 비치된 무릎담요와 전기장판 덕분에 그리 춥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기념으로 산 안양 한라 후드집업을 입으니 훨씬 더 따뜻했다. 특별석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주류가 2번 무료로 제공되고 핫바와 함께 무제한의 스낵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데 덕분에 빙상장 안에서 맥주를 거의 2병 가까이 홀짝홀짝 마셨다. 이 정도면 최고의 서비스!


빙상장 안으로 들어서니 안양 한라 선수들과 하이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내가 앉은 쪽은 원정 팀 영역이었으므로 1, 3피리어드 때 안양 한라 선수들이 공격을 해서 골을 넣는 지역에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홈 개막식을 축하하는 공연과 최대호 안양시장의 축사 다음으로 오프닝 영상이 상영되었고 이윽고 선수들이 하나하나 소개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김원중 선수나 조민호 선수의 이름이 나와서 신기했다. 그리고 장내에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는데, 이건 아마도 대한민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아시아 리그 아이스 하키 (Asia League Ice Hockey) 경기이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맨날 남의 국기 (=성조기) 남의 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들으며 그들의 국수주의에 박수를 보내줘야 했던 지난 날들을 떠올리니 괜히 기분이 참 뭉클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지정석A에서 응원을 유도하는 응원단장이 목이 터져라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었다. 한편 특별석의 위치는 골 케이지에 바로 접해 있는데 만일 세인트폴에 있는 Xcel Energy Center에서 미네소타 와일드(Minnesota Wild) 경기를 볼 때 이 자리에 앉았더라면 아마 $2-300은 내야 했을 것이다.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퍽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대결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경기는 4:2로 안양 한라의 승리로 끝났다. 마이너 페널티(Minor Penalty)가 잦아 하이원이 파워플레이(Power Play) 기회를 많이 잡았었는데 그 기회들을 잘 살리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다고 할수 있겠다. 물론 안양 한라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니 하이원의 두 명이 마이너 페널티로 퇴장한 이른바 5 on 3 상황에서 한 골을 뽑아내지 못헀던 점. 그래도 리드를 잘 해서 마지막에는 엠티 넷 골(Empty Net Goal)을 만들어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아주 열심히 박수치며, 소리치며, 그리고 벽을 두들기며 응원을 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경기가 끝나고는 나와서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알렉스 플란트(Alex Plante), 조민호, 그리고 김상욱 선수의 사인을 이날 산 회색 안양한라 후드집업 등쪽에 받아올 수 있었다. 대기 중에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이밀며 알렉스 선수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한다기에 이 사람은 본래 캐나다 사람이었으니 싶어서 영어로 얘기했더니 일동 갑자기 조용해지며 다시 영어로 재차 말해줄 것을 요청해서 굉장히 기분이 뻘쭘했다. 좀 더 간드러진 발음과 현란한 단어를 써서 소감을 말했어야 했나... 오늘 멋진 경기 해 줘서 고맙고 올 시즌 잘 하길 바라고 승리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뭐 이렇게 얘기하긴 했는데... 좀 준비 좀 할 걸 하는 후회가 갑자기 밀려들어왔다.


아무튼 기대 이상으로 매우 즐거운 관람이었다. 앞으로 완주에서 안양에 올 일이 있을 때에는 경기 일정을 잘 확인해서 기회가 되면 꼭 와야겠다. 안양 한라 파이팅! 미네소타 와일드 파이팅!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