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을 간직한 채로 멋지게 업그레이드된 내 모교. 배구 네트가 있던 곳은 풋살장으로, 농구코트는 안전한 바닥이 깔린 곳으로, 그리고 운동장에는 달리기 트랙과 또다른 풋살장이 추가되었다. 원래 운동장과 농구장을 오가는 돌계단이 있었는데 거기서 하도 담배를 피워대는 것을 두고보지 못했던 모양인지 아예 그 통로를 없애버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학교 입구에 있던 소곡안 마을이 전부 재개발되어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되었다는 사실. 교정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학교를 굽어볼 수 있는 거대한 고층 아파트가 눈에 띤다. 현 교장 선생님은 조동호 선생님. 교감 선생님은 조은선 선생님.


최근 있었던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과 관련하여 선생님이 이것저것 말씀하시는데... 


1. 학생인권조례보다 아동학대법이 일선 교사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교사의 행동에 문제의식을 느껴 경찰서에 신고하면 그 즉시 경찰과 아동폭력담당자가 함께 학교로 출동하여 학생과 선생을 분리하고 조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선생은 그 조사가 끝날 때까지 수업도 못하게 되는데 그 시간동안 감내해야하는 수치심이 너무 크단다. 원래 가정 내에서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18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일괄 적용되능 아동학대법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학교에서는 그야말로 쩔쩔 맨다고. 


2. 그 영향으로 과거에는 당연하게 행해졌던 교실 내의 훈계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예를 들어서 수업 중에 떠든다고 해서 학생을 수업 중에 불러 야단친다든지, 일으켜 세우거나 교실 내 혹은 밖 어딘가로 나가게 한다든가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수업 중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의 경우,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선생이 학생을 따로 불러내어 타이르는 수준에서 정리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합리적이며 또 향후 공방에서 유리한지를 널리 공유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상대로 교사들이 잘 대응하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고 한다. 


3.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정에서 양육된 학생들보다는 문제가 있는 가정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학내에서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며, 남고의 특성상 학생에게 아버지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교사와 충돌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마찰이 많은 학생의 경우 거의 대부분 가정 내에서 아버지가 지나치게 엄하다거나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고... 요즘은 자녀들도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다. 


4. 요즘은 대학진학률을 대외홍보할 때 서울대보다 의대를 몇 명 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은 2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심해져서 공학이나 기초과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는 학생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5.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인문계열 학생을 찾아보기는 더 쉽지 않다. 한 학년에 300명 정도인데 인문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 ㅡ 과거 '문과'라고 분류되는 학생 ㅡ 수는 30명 정도라고 한다. 이공계 위기는 인문계 소멸에 비하면 양반인 셈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