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흘간의 예비군 훈련을 마쳤다.
  2. 오랜만에 그런 옷을 입고, 그런 총을 매고, 그런 모자를 쓰고 산을 뛰어다니는데 솔직히 좀 재미있었다.
  3. 무릎에 멍이 잔뜩 들었다.
  4. 미세먼지는 도시, 시골을 가리지 않았는데, 이 미세먼지를 경계한다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훈련 도중 휴식 시간에 짝다리를 한 채 담배를 피는 것을 보고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5. 나는 경도(輕度)의 여성혐오자이지만 그 동정해주지 못할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 낸 훌륭한 용어인 '한남'의 개념에는 적극 동조하는 편이다.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저 몇몇 한심한 남자들도 거대 권력에 맞서 갑질의 부당함을 외친다든지 정직과 신의가 보장받는 사회를 부르짖는 청년무리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퍽 우울해졌다.
  6. 그래도 권력은 시민들에게 있다. 우리 모두 공평히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모든 '한남'들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갑 of 갑인 셈이다.
  7. 엘리트주의가 일견 합리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향욱씨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친다. 그건 아니다, 절대로 그건 옳지 않다. 우리 모두는 권력을 향유하고 책임질 자유민주주의 시민이다.
  8. 까탈스런, 그리고 책임은 절대 지지 않고 요행과 이득만 취하려는 이 나태한 세대를 이끌고 어떻게든 훈련을 진행하려는 교관, 그리고 그 예비역들의 무례한 모독에 상처받아 볼멘소리를 하며 꾹 참는 현역 조교들을 보며 이것이야말로 애먼 피해자를 양산하고, 그 피해자가 언즈새 가해자가 되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