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새만금에서 야영 중인 모든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하고 서울로 옮겨간다고 한다. 폭염에 대한 시설 및 시스템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던 잼버리 행사를 돌이켜볼 때, 이것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아닐까? 전라북도 입장에서는 하늘이 안 도와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오히려 중앙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자신들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더 좋을 수 없는 호기였다. 그만큼 이번 새만금 세계 잼버리는 지방 정부의 난맥상을 중앙 정부가 잘 수습한 예로 남게 될 것이며, 향후 웬만한 절치부심 없이는 전라북도가 이 정도 수준의 대형 행사를 결단코 치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전라북도에 정치적 빚이 전혀 없는 현 정부 입장에서 지금 사태는 전혀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이렇게 빠르게 손절(!)하는 것일 테고...


상황이 이렇게 수습되는 이상 전라북도 입장에서는 새만금 잼버리 준비 과정에 있었던 문제가 낱낱이 조사당하는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도민들마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단이 난 것인지 분노하기까지 한다. 더불어 180석의 거대 야당과 여러 진보 단체들이 표밭인 전북에서 치뤄지는 잼버리를 지원해주지는 못할 망정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며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을 것이다. 이는 두고두고 도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전라북도에 거주한 지 5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이 지역 정치의 한계는 뚜렷하다. 더 이상 전라북도 사람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를 던져주는 밭으로만 생각하는 진보 계열 중앙 정당에 '외주'를 주는 형식으로서는 이 지역의 근본적인 발전과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전라북도, 더 나아가 호남 지역의 행정부가 처한 다양한 교착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