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제대로 글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두 주는 연말답게 아주 역동적인 주였다.


화요일에는 KIST 전북분원 입사동기들과 회식자리를 가졌고 ― 술을 또 엄청 마셔서 다음날 너무 힘들었다.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박2일간은 충남 예산군의 한 리조트에서 신임자 네트워크 교육 과정이 있었다. 생각보다 적은 인원(16명 이내)이 모인 조촐한 교육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첫째날에는 레크리에이션에 이어 원자력연구원에서 100억 기술 이전의 업적을 달성하신 정용환 박사님이 강연을 진행하셨는데, 많은 도전이 됨과 동시에 '과연 내가 하는 일이 구체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는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다소 깊어졌다. 둘째날에는 비전을 담은 글귀를 캘리그래피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고분자탄소소재의 창조자'라는 거창한 문구를 종이 위에 표현해 보았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시간은 첫째날 밤에 있었던 콘서트였다. 콘서트를 이끈 사람은 다름 아닌 재즈 드러머인 김준목씨. 주드 킴(Jud Ki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교육 중에 난데없이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직접 무대로 나와 피아노를 치면서 그분과 호흡해봤다는 게 굉장한 기회였다.


그 다음주 월요일에는 연구실 회식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고기를 원없이 먹었다. 이날 오후에는 고려대학교의 한창수 교수님이 세미나를 해 주셨는데, 한창수 교수님과는 이전에 그래핀과 관련된 글로벌프론티어사업 과제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어서 교류가 어느 정도 있었던 분이셨다. 한창수 교수님이 나를 기억해주시면서 '이 친구 일 참 잘해요'라고 얘기해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


수요일에는 복합재료학회 탄소/섬유분과 워크샵이 있었고 이 자리에 오는 것이 권장되어 워크샵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뒤에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 했다. 옆자리에는 원광대학교 탄소융합학과 신임 교수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앞으로도 자주 뵙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어진 목요일, 금요일에는 군산에서 KIST 전북 분원 연찬회(硏鑽會)가 있었다. 신임 및 신임 예정 연구원들의 연구 주제 발표가 이어졌고, 횟집에서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는 맛난 회와 소주가 여기저기 오갔다. KIST의 술문화는 굉장히 고전적(?)인지라 '요즘 시대에도 그런 걸 하는 데가 있어?' 하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나도 어느새 '그저 그러려니...' 하고 그냥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하릴없이 많이 마시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적당히 보조를 맞추며 많은 분들과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금요일에 숙취가 심하지는 않았고, 기숙사에 돌아와서 방정리를 진행한 뒤에 곧장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이날 저녁에 안양교회 청년들끼리 진행하는 조촐한 송년회가 계획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송년회 자리를 마련해 준 김혁중 박사가 놀라운 음식 솜씨로 참석자들을 모두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삐딱이'라고 부르는 김 박사는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나도 가끔 '아니 보통 남자들은 이렇게 안 지내는데...' 라는 소리를 듣지만 김혁중 박사에 비하면 나는 새발의 림프액 정도 되려나 싶다. 진짜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아무튼 저녁을 맛있게 먹고 하이볼과 뱅쇼를 곁들여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11시가 지나 우리는 모두 헤어졌다.


송년회 시즌에는 술술술... 이라더니 직장을 잡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절감하고 있다. 너무 과하게 마시지는 말고 시간을 즐기면서 한 해를 마무리해야지. 정말 멋진 2018년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