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추천으로 보게 된 최근 SBS 다큐멘터리 '끼니반란'.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 IF)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아주 놀라운 내용이었다. 사실 먹는 양을 줄여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식이요법을 수행하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거대한 것을 하게 하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놀라운 점이다. 예를 들면 한 가지 음식만 먹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세 끼를 다 먹지 말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평소대로 먹되 가끔 몇 끼를 건너뛰면 된다니. 아니, 그런데 정말 그렇게 했더니 체중과 혈당은 줄고 내장지방은 감소하는데다가 골격근이 증가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영양을 과다 섭취하여 문제가 된 기간은 한 세기도 채 안 되었을 것이다. 인체는 배고픔에 투쟁하는 외로운 기계였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進化)해 왔을 터. 그러니 어쩌면 지금처럼 잘 먹고 사는 것은 문제가 있는 삶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식이요법은 먹는 양을 제한하여 하루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은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긴 시간동안 공복(空腹)을 유지함으로써 단식으로 인한 제반 효과들을 기대한다는 것이 기존의 식이요법과는 차별된 점이리라.


그러고보면 간헐적 단식은 내 과거 식습관(食習慣)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당시 내 식습관의 모토는 '정시 정량 식사'였다. 대학원 다닐때 나는 오전 8시에 아침을, 11시에 점심을, 그리고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었다. 회식이나 강요에 의한 야식만 없다면 항상 저녁 식사가 하루의 마지막 식사였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하루 10시간 이내에 모든 식사를 마치고 14시간동안 금식을 하는 셈. 그리고 가끔 아침을 거르는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되면 간헐적 단식에서 주장하는 '8시간 내 자유 식사 + 16시간 공복유지'를 만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가리는 거 없이 (생각보다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그리 늘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뭔가를 먹더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나날들을 저녁이 곧 그날의 마지막 음식인 날들로 보내왔던 나로서는 사람들이 꼭 그렇게 저녁 이후에 출출하다며 뭔가를 끓여, 뭔가를 시켜, 뭔가를 비벼 먹는다는 것이 굉장한 문화충격이었다. 아니 물론, 가끔 그럴 수 있지. 많이 양보해서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그런데 거의 매일같이 그렇게 먹는 대학원 선배를 보고 기겁했던 게 생각난다. 거기에 더해 술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난 항상 뜻밖의 간헐적 단식을 매번 실천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2015년부터는 이런 간헐적 단식과는 거리가 먼, 굉장히 많이, 그리고 자주 먹는 삶을 지향해 왔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내 목표는 오로지 체중을 늘리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침은 무조건 뭐라도 먹어야 하고, 점심과 저녁은 꽤 많이 먹었다. 저녁 이후에도 뭔갈 먹기 위해 계란도 샀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편식들도 항상 구비(具備)해 놓았다. 그 덕분에 박사 졸업 시점에 62 kg 였던 나는 현재 69 kg 가 되었고, 68에서 70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내 체중은 미니애폴리스 생활 중이던 2017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알게된 것은, 내게 체지방이 은근히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봐야 체지방률 19 % 정도... 물론 흠이 되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높은 수치였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항상 13~16 % 사이였으니 이전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상승한 수치인 것. 근육량 역시 함께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InBody 측정 결과 체지방을 2 kg 줄이고 근육량은 2 kg 늘리라고 나온 것을 보고 '아니, 이거 식습관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덜컥 들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지금,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적어도 1년은 지내봐야 앞으로 아, 운동은 이 시간쯤에 이렇게 해도 무리가 없겠구나, 밥은 이 때 요렇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터. 요즘은 그냥 구내식당의 점심과 저녁만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아침은 가끔은 거르고 가끔은 시리얼과 빵으로 해결한다. 운동은 한 주에 두세번 헬스장에 가는 정도? 일단은 너무 나태하고 대책 없는 삶을 살지는 않으면서 내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해보고 그것에 맞추어 앞으로의 식단과 운동 계획을 짜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간헐적 단식을 내 삶에 적용해야할지 말지 어느 정도 판단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