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의 실험실 제1원칙 중 하나는 바로 안전이었다. 김구 선생이 자기 소원이 대한의 독립이고, 독립이고, 완전한 자주 독립이라고 말했다던가. 손병혁 교수님은 첫째도 안전이요, 둘째도 안전이요, 셋째도 완전한 안전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매학기 첫 그룹 미팅 때마다 말씀하셨다.


지금까지는 실험실 구성원으로서 위에서 하달되는 지시에 따라서 실험실 안전 사항들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했다면, 이제부터는 실험실을 (조그맣게나마) 이끌어가는 처지에서... 역시 위에서 하달되는 지시에 따라서 실험실 안전 사항들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달라진 건 없다는 뜻. 하지만 주체적으로 내가 제안할 수 있고 그것을 진행하게끔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 달라졌다.


실험실 안전의 원칙은 분명히 존재한다. 매일 실험실 일일 점검을 실시하여 여러 항목들을 확인한다. 새로운 시약의 정보를 잘 기입하고 성상별로 분류한다. 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시약병은 사용 후 항상 시약장에 보관하거나 후드 안에 보관하고, 유독한 기체가 생성되어 연구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전보건자료(Safety Data Sheets, SDS)는 인쇄하여 실험실 내에 비치해야 한다. 기타 등등. 굉장히 많은 원칙들이 존재하며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이를 이행하는 것을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큰 재앙을 한 번은 맞이하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잘 준수하게끔 이렇게 저렇게 부산을 떠는 것은 결코 헛짓거리가 아니다.


1년에 한번씩은 꼭 있는 정기적인 안전 점검. 사실 귀찮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은 연구자들을 괴롭히려고 만든 규칙이 아니라 오히려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 관심을 덜 두게 되는 ― 당연하다. 어느 누구라도 연구의 결과와 활용이 더 재미있는 법이지, 안전의 유지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실험실 안전 원칙에 대해 재고(再考)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진실로 유익한 것이다. 다시한 번 실험실 안전의 원칙을 되새기며 365일 무사고 실험실을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이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모든 공동연구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