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예비군 훈련장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와도 괜찮다! 매 훈련마다 10분씩 주어지는 휴식시간(50분부터 정시까지) 및 점심시간(오후 1시-2시)에는 자유롭게 휴대폰을 이용해도 되는 상황! 덕분에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면 벤치에 누워 배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휴식을 취하는 예비군 아저씨 한 명, 웬 미소녀가 등장하는 액션 슈팅 게임으로 신나게 레벨 업을 하고 있는 다른 예비군 아저씨 한 명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을 볼 수 있었다.


난 바뀐 휴대폰 정책에 적극 찬성이다. 휴대폰 소지가 금지되던 시기에도 어떤 이들은 휴대폰을 몰래 반입하여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사용하곤 했다. 어차피 금지하지 못할 바에야 이들에게 관리하게끔 하자, 다만 관리에 실패하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하자는 것이 새로운 정책의 방향: 우리가 이만큼 허용했는데, 이것도 안 지키면 넌 벌 받아 마땅하겠지? 그래서 훈련 종료 20분 전이었나, 교관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사용하던 어떤 가여운 청년은 퇴소 조치를 당하고 말았다.


행동의 결과 파국적인 결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실 훈련과 훈련 중간 쉬는 시간에 카톡 메시지나 이메일 연락을 확인하고, 뉴스를 검색하고 웹툰을 보는 게 무에 그리 대역죄같은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단 말인가. 다만 개개인에게 자유를 허락하되 거기에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규칙을 어겼을 때 따르는 불이익은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비핵화처럼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이어야 할 것이다 ― 사실 우리나라에서 모든 방임적인 서구적 정책이 잘 안 통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런데 사실 나는 별로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긴 하다. 고작 8시간짜리 동미참훈련일 뿐인데, 해방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거 아닌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