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좀 벌면 한옥(韓屋)을 한 채 짓고 살고 싶은데, 아직 실체는 없으나 이미 그 집의 이름을 스스로 항심재(恒心齋)라고 정한 바 있다. 재(齋)는 낙선재(樂善齋)나 집옥재(集玉齋)처럼 한옥 건물을 의미하는 한자이니 이 집의 이름은 곧 항심(恒心)인 셈이다.


이 이름의 기원은 『맹자(孟子)』에 있다. 등문공(滕文公) 상편(上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民之爲道也,有恆產者有恆心,無恆產者無恆心。

苟無恆心,放辟邪侈,無不爲已。


이를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백성이 살아가는 방법은, 일정한 생업(=항산)이 있으면 변치 않는 떳떳한 마음(=항심)이 있지만,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 만일 항심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사특하고 사치한 행동을 하게 될 뿐이다.


내가 이 한문을 고등학생 때 처음 배웠을 때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보통 공자 맹자 이야기라고 하면 뻔하고 지루한 도덕군자 유학(儒學) 이야기만 나올 줄 알았으나 뜻밖에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리라. 곧 백성의 생업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말로 이야기해서 경제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떳떳한 도덕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맹자가 정전제(井田制)를 주장한 것은 이로 미뤄보아 유달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저 항심(恒心)이라는 단어를 어딘가에 꼭 새겨두고 싶었다. 항심이 있다는 것은 변치 않는 떳떳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고, 거꾸로 말하자면 그 이전에 항산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항심재에 산다는 것은, 일정한 생업을 가지고 내 앞가림은 해내면서도 변치 않는 떳떳한 마음을 간직해내겠다는 어떤 고전적인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아파트 단지 내의 한 집 철문에 걸어놓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그래도 누가 뭐 신경이나 쓸까 싶다. 조만간 전서(篆書)체로 멋들어지게 쓴 현판을 하나 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