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영화로 부상하는 '82년생 김지영'을 완주 휴 시네마에서 관람했다. 늦은 시각이라 관객은 총 6명, 그 중에 남자는 나 혼자였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몇 가지 짧은 생각을 늘어놓자면...


  1. 뭐 특별히 대단한 감동을 자아내는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그동안 관련된 기사와 칼럼을 너무 많이 읽었는지, 그 모든 활자들이 함께 영상화되었다는 소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 그리고 딱히 재미가 있는 요소가 없었다. 중간에 아재 개그가 나오는데 그게 제일 재미있었다.
  3. 공유가 너무 달달한 남편으로 나온다. 세상에 그런 남편이 어딨어?
  4. 엔딩크레딧에 '광고사남직원'과 같은 단어가 등장한다.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5. 흔히 사람들이 82년생이 뭐가 힘들었냐고 비아냥거리기는 하는데, 오히려 82년생을 내세웠기 때문에 2019년도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62년생 성수엄마'라든지 '08년생 이서연'이라는 제목으로 만일 소설을 썼다면 전자는 궁상맞은 신파극으로 치부되었을 것이고, 후자는 '08년생 김민준'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기에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6. 미래 사회는 성(sex나 gender)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유성 생식은 다양한 형질을 가진 자손을 낳아 불투명한 미래에도 내 유전자가 끊임 없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욕망에서 진행된 진화의 결과로 설명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내 유전자가 후대에 전파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하면 인류는 성의 개념을 도태시키는 쪽으로 발전하려고 하지 않을까? 너무 먼 훗날의 얘기같지만, 만일 '완전하지 않은' 인간의 자궁보다 모든 측면에서 더 '완전한' 인공적인 자궁이 만들어진다면, 그리하여 임신과 출산의 고통으로부터 여성이 완전히 해방된다면 우리의 성과 사회는 어떻게 개편될 것인가?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 영화 외적인 것들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영화에서 나온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주변부의 소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인가? 확실한 것 두 가지는, 이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나쁜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는 아닌 심심한 영화라는 사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