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전화영어 과목을 신청했더니 오늘 아침에 레벨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다고 어제 전화가 왔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전화를 기다리니 8시 반 정시에 바로 02-**** 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싶어 '여보세요?'라고 응답하니 대뜸 'Hi'라고 인사하는 한 외국인 여성의 목소리. 이윽고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나이와 혼인여부(!)를 묻고, 직업과 취미 등등을 묻기에 면접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영어 이름은 없어도 스페인어 이름(Pablo)은 있다, 재즈 음악을 좋아한다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 영어로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10분이 지난 것이 아닌가. 테스트를 진행하던 분은 질문이 더 없냐고 물어본 뒤 이렇게 덧붙였다.


'음, 영어를 곧잘 하는 거 같은데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뭐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영어 회화를 배우려는 목적보다는 전달력과 표현을 다듬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는 하다. 그래서 전화영어 과목도 일상대화나 여행회화같은 게 아니라 무려 시사영어였다.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일목요연하게, 혹은 원어민이 딱 듣고 괜찮다고 생각할 어휘와 표현력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셈. 사실 우리같은 연구자에게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미국에 있을 때 가끔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는다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전치사나 이런 동사를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도 상대방이 알아먹는 것 같으니 고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더러 있었다. 전화영어를 통해 몰랐던 표현이나, 그간 저지른(?) 잘못된 습관을 세 개씩만 배우고 고쳐도 전화영어 수강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주 3회에 10분은 진짜 짧다고 생각한다. 10분이 이렇게 금방 갔는데 뭘 할 수 있는 걸까 심히 의심되기 시작했다. 가만 있어보자, 대략 한 주에 13번의 전화영어 수업이 있다고 하면 월 수강료가 13만원이니 한달에 $100요, 10분에 만원인 셈이다. 지금까지 미니애폴리스에 머물면서 나와 영어로 대화해 준 모든 사람에게 나는 그만큼씩 빚을 진 셈이어니...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