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짐을 차곡차곡 쌓아 넣는 기술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어머니를 따라올 사람이 없는 듯하다. 큰 돌을 먼저 넣고 작은 자갈을 늦게 넣어야 용기 안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익히 들어왔음에도 이를 실생활에 적용 및 실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데, 마치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어떤 것이 어떤 기하학적 구도로 배치되어야 가장 조밀한 쌓음 구조(closest packing structure)가 되는 지 아시는 듯 하다.


출장을 앞두고 하루 일찍 부모님 댁에 들른 날 아침 가방에 담긴 짐이 이것저것 너무 많아 걱정이라 말씀드렸을 뿐인데, 외출하고 돌아온 사이에 짐의 부피가 최소 16.1%는 감소해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이번엔 좀 조밀조밀하게 짐을 싸지 않았던가요?" 라는 멋쩍은 질문에 어머니께서는 느릿한, 그러나 확신에 찬 기운으로 고개를 저으시며 나지막이 화답하셨다: "아니." 


그냥 더 큰 캐리어를 장만할까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