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그러니까 자기 전에 이메일을 열어봤다가 아주 충격적인 기사가 미국 C&EN에 뜬 것을 보았다: 하버드의 화학자 찰스 리버(Charles Lieber)가 사기죄로 고소당하다 (https://cen.acs.org/research-integrity/misconduct/Harvard-chemist-Charles-Lieber-charged/98/i5)


세상에나. 전격 체포되었다는 교수가 다른 사람도 아닌 찰스 리버라는 사실에 놀라웠지만, 찰스 리버 교수가 협력하기로 한 (=사실상 스파이질로 지목된) 대학이 다른 대학도 아닌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가장 핫한 우한시에 있는 우한이공대학(武汉理工大学)이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 너무 뜻밖의 일인지라 찰스 리버 교수에 대한 고소장을 훑어 봤는데, 논문 조작이나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다. 고소장의 내용은 이랬다: 찰스 리버 교수는 재직 중인 하버드 대학과의 상의나 자문 없이 우한이공대학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면서 사적으로 큰 금액을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计划)'을 통해 지원 받았는데, 이 사실에 대해 미 국방부(DoD)와 국립보건원(NIH)에 대충 거짓말을 함으로써 마치 자신은 우한이공대학과 무관한 것처럼 꾸며 조사를 피해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심층적으로 조사한 FBI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찰스 리버 교수를 매사추세츠 주정부에 고발한 것이다.


참고로 이 사람 정말 유명한 교수이다. 이 교수 밑에서 수학한 연구원들 중 상당수가 미국, 중국, 한국 소재 유수 대학들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사람은 그래핀 연구의 대가로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김필립 교수님일텐데, 그가 바로 찰스 리버 방에서 박사를 했다고 한다. 나노 바닥에서 좀 굴러본 사람들은 탄소나노튜브의 대가인 다이 홍졔(Hongjie Dai)와 나노와이어 연구로 유명한 양 페이동(Peidong Yang)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ㅡ 그들도 찰스 리버 방 출신이라고 한다.


위증(Perjury)에 대한 처벌이 강력한 미국 사회에서 찰스 리버 교수의 이런 허위진술은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에 의한 미국의 지적 재산권 및 과학기술 스파이 행위를 늘 경계하며 이슈몰이를 한 트럼프 정부 하에서라면, 이런 사건은 도저히 묵과될 수 없는 일로 여겨질 것이다. 중국의 천인계획이라는 인재영입 프로그램을 통해 꽤 짭짤한 돈이 자기 계좌에 현금으로 꽂혀 좋긴 했겠지만, 이러한 파국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채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유감이다. 혹시 돈에 혹하여 순진하게 덫에 걸린 것은 아닌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의 명예와 거대한 펀딩을 받는 유명한 교수가 이렇게 순진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찰스 리버 교수의 연구 경력은 사실상 파탄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사 내용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ㅡ 내가 대학원생일 때부터 찰스 리버 교수가 중국인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꽤나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유는 중국인 대학원생들이 밤낮 없이 연구를 해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마구 내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카더라 정보이긴 하지만, 이 교수가 가끔 음식을 들고 학생들이 일하는 오피스에 찾아오곤 했다는데 그게 밤을 새는 중국인 대학원생들에게 야식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참고로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찰스 리버 연구실에 소속된 8명의 포닥들 중 5명은 중국인이고 2명은 한국인이며, 7명의 박사과정생 중 6명이 모두 중국인이다. 미국 유학생들은 그 랩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에 대해 아마 이 정보만 보고도 대략 알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