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활은 아래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켜서 어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체크한다. 이어지는 아침기도. 아침기도는 매일 달리 하는 전통곡조 시편에 구약 1독서만 진행하고 인류를 위한 기도와 성 프란시스의 기도를 한다. 20분 정도의 기도 후 출근길에 나선다. 7분만에 도착하는 연구소 사무실 ㅡ 가습기에 증류수를 채워 넣고, 새로 온 메일을 확인하고,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새로 주문을 할 것이 있는지, 전자세금계산서는 제대로 다 도착했는지, 결재건은 진행이 되고 있는지, 센터장 박사님이나 다른 박사님과 미팅을 하게 될 계획은 없는지 확인하고 혹여나 어제 돌려 놓은 실험이 있다면 문제 없이 돌아가는 지 실험실에 들어가 슥 확인한다.


10시부터는 사실상 진짜 연구 활동의 시작이다. 요즘 유변물성측정기는 매일 돌아간다. 내일도 10시부터 측정할 예정이다. 측정을 돌려놓고 나서는 황산 소듐(sodium sulfate)을 넣어 건조시킨 다이클로로메테인(dichloromethane)에 녹인 리그닌 용액을 거른 뒤 석유 이써(petroleum ether)에 침전을 두 번 잡을 것이다. 다음주부터는 전북대에서 학생이 한 명 와서 학기 중에 연구실습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 친구에게 해당 합성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끔 훈련시켜야 할 것 같다. 아마 첫번째 침전이 진행되면 12시가 되어 점심 먹으러 가자고 연구실 학생들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겠지? 그러면 마스크를 집어 쓰고 나서는 한창 이슈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얘기를 하면서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1시까지는 휴식과 업무의 중간 그 어드메이다. 오전부터 쏟아진 메일에 응답을 못한 게 있다면 답장을 하고, 요청사항을 받는다. 혹 그런 일이 없다면 유튜브로 짤막한 영상들을 보거나 기사를 검색한다. 오늘은 『신용인의 게임채널』이라는 곳에서 올린 「미친 자유도를 가지고있는 커스터마이징 게임들(https://www.youtube.com/watch?v=_UidSIGD0Ik)」을 봤는데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1시부터는 다시 일이 시작된다. 가끔 학생들이 연구 관련 논의를 요청할 때가 있는데, 말이 비교적 많은(!) 나는 논의를 한 번 시작하면 1시간이 기본으로 지나간다. 끝나면 항상 학생한테 TMI였던 것 같아서 미안한데 정작 진행될 때는 나도 신나서 마구 이야기하고 앉아있다... 진행되는 실험은 계속되고, 요즘은 실험실 정리와 구조 변경, 그리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을 조금씩 할애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서 벌써 저녁 먹을 시간, 곧 6시가 다가온다.


대체로 요즘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지만, 가끔 입사동기 박사들이 저녁은 나가서 먹자고 유혹(?)하기도 하며 나는 못 이기는 척 쾌재를 부르며 가끔 나가곤 한다. 우리는 보통 둔산리의 음식점으로 가지만 간혹 봉동읍내로 나갈 때도 있다. 구내식당에서 먹든 밖에서 먹든 저녁을 먹고 나면 보통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메일에 대한 모든 응답을 마치고 실험을 완전 종료하거나 밤새 돌리는 작업을 준비한다. 그러면 이르게는 7시, 늦게는 9시가 된다.


요즘은 운동을 갈 수가 없다. 지하의 체력단련실은 혹시 모를 전염에 대비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아예 폐쇄하였고, 중년의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은 도저히 갈 만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생각하여 지금 한달째 ㅡ 등록비만 날리고 ㅡ 못 가고 있다. 볼링장을 가려니 직접 손이 접촉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 꺼려하는 듯 하다. 탁구 동호회 역시 외부의 탁구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중단. 유일한 출구는 격주에 한 번 정도씩 하는 테니스 동호회 모임인데, 횟수가 너무 적지 않은가. 그나마 테니스 코트에 콘크리트 벽이라도 있으면 혼자 운동을 해 보겠는데, 그것도 없으니 이것 참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집에서 요가 매트를 사서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쿼트만 맨몸으로 조금씩 '깔짝깔짝' 하는 정도가 끝이다.


그리고 씻고 나면 저녁기도 시간이다. 시편 곡조는 앵글리칸 챈트로 매일 달라진다. 1독서는 신약의 서신서, 2독서는 복음서, 그리고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는 조금 더 많이 한다. 저녁기도에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마지막 성호를 긋고 기도서를 덮으면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가 온 기분이 드는데, 이 때부터가 또 저녁 일과의 시작이다. 웹서핑은 기본이고, DELE (B1) 공부가 대체로 그 뒤에 이어진다. 이제 남은 강의는 쓰기 두번째 과제와 말하기 파트인데, 솔직히 기본적인 영작문을 할 수 있으니 기초적인 서작문(?)은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말하기는 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조금 감이 안 온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요즘은 RTVE(Radio y Televisión Española)의 팟캐스트도 가끔 듣고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들을 「엘 파이스(El País)」에서 읽곤 하는데, 이 정도로 교과서 외 자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중이다.


사실 가장 흥미로운 시간은 가장 마지막, 바로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래밍 강좌이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KIST에서 제공하는 교육 강좌로 언어 강좌를 듣지 않는 대신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좌를 듣는 쪽으로 결정했고, 그 첫 출발로 안드로이드 Step By Step 라는 강좌를 두 달 연이어 듣고 있다. 애석하게도 이 강좌는 처음부터 문법과 언어의 구조, Java의 이해를 다루는 그런 『성문기본영어』와 같은 강좌가 아니라 일단 무작정 해보자는 식으로 이것저것 레이아웃과 자바 언어를 써 가면서 체험해보자는 『여행 포켓 사전』같은 느낌의 강좌이다. 나는 외국어를 익힐 때 항상 저와 같은 두꺼운, 혹은 다수의 권으로 쪼개진 기본 문법서로 공부하는 타입인데, 이번에는 조금 접근이 달랐다 ㅡ 그래서 인터넷으로 두꺼운 그런 기본 입문서를 두 권 샀다: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래밍』 , 『이것이 자바다 ㅡ 신용권의 Java 프로그래밍 정복』. 솔직히 올해 내에 다 볼 리 없지만, 올해 안에 성무일과를 돕는 안드로이드 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시작을 해 볼 참이다.


그러면 보통 자정에서 새벽1시가 된다. 아직 체력(?)이 남아 있다 싶으면 가끔 한 판씩 즐기는 『Age of Empires』 게임을 하고, 아니면 그냥 잔다. 그리고 몇 시간 뒤면 알람이 울리고......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생활이 다채로울 수 있었을텐데, 요즘은 정말 그 흔한 술자리도 없고, 밖에 나가서 유희를 즐기는 일도 없다. 중국, 인도, 일본 여행이 차례로 다 취소된 데다가 여행 불가를 미리 내다보고 일찍 취소하는 바람에 수수료도 꼬박꼬박 다 내야 했다. 상반기에 해외든 국내 여행이든 맘 놓고 가기는 글러버린 것 같다. 그러니 이런 기회에 내적인 성장을 도모하면서 진행되는 실험을 마무리하고, 그렇다고 안에만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주변 동네 ㅡ 봉동읍과 삼례읍을 이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 이와같은 자발적인 격리가 해제되는 순간이 오면, 정말 전기가 찌릿찌릿하듯이 행복한 순간이겠지!


(오늘은 이 글 쓰는 게 생각보다 길어져서 더 늦게 자야 할 것 같다. 아훔......)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