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누나가 예전에 SK텔레콤 미래전략실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하다가 자조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성수야, 미래전략실이란 말이 참 웃기지 않니. 난 처음 들었을때 아니, 미래전략실이면, 그러면 과거전략이란 것도 있는 건가 그랬다니까."


그때도 물론이거니와 훗날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것을 기사로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어떤 이름에 군더더기가 붙는 것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가 숨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군더더기인지 아닌지는 그 단어를 반댓말로 바꿨을 때 생성되는 개념이 최종 명사의 뜻 범주 내에서 수용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지난 정권에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부'이다. 미래창조가 아닌 과학이 과연 성립 가능한 개념인가를 알아보자는 것이다 ㅡ 과거를 창조하는 과학인가? 미래를 짓밟는 과학인가? 아니면 과거를 말살하는 과학? 그 어느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개념이다. 오직 저 단어는 당시 정부의 슬로건을 드러내놓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최근에 뉴스와 신문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자발적 기부'라는 말도 그러하다. '자발적 기부'라는 말을 반댓말로 만들어보면 '타율적 기부' 혹은 '강제 기부'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은 기부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고 '강탈' 혹은 '탈취'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그러니 '자발적'이라는 군더더기 말을 붙이는 것에는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아까 밥 먹으면서 '착한 선결제'라는 말도 TV 에서 흘러나왔는데, 그러면 '나쁜 선결제'도 있다는 말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또 반대인 게, 대체로 선결제는 부정적이고 불량한 '나쁜' 행동으로 취급 받아왔다. 선결제가 만일 용인될 만한 행동이었다면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학원생들이 그 종이쪼가리를 종이에 붙였다 떼어 가면서, 행정사무실을 왔다갔다하면서, 이번 결제가 300만원 이하의 결제 건인지 아닌지 확인해가며 과학상사 직원들과 혹은 상품 카탈로그와 씨름할 필요가 없었을 것 아닌가. 그렇게 선결제는 엄히 다스리더니 이제 와서 '한시적 허용'과 같은 단어 대신 '착한'이라는 관형사(冠形詞)를 선결제에 붙이는 것은 대체 무슨 의도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뉴스를 같이 듣고 있던 학생 하나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저렇게 선결제로 돈 받아놓고, 경기가 힘들어서 폐업해 버리면 어떻게 해요?"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