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가시 거리가 너무나도 개선되어 연구원 너머 저쪽 봉동읍의 아파트가 훤히 보이고 그 너머의 산마저 선명한 경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연중 얼마 안 되는 진정 맑은 날이었다. 그러고보니 최근 송화가루 때문에 고생한 것을 빼면 대체로 대기 질은 좋았다. 출근 전 창문을 열어두어 집안 환기를 시도한다는 점, 바깥에 둔 빨래 건조대에 세탁물들을 걸어 놓아 자연 일광 건조를 시키려고 한 점만 봐도 벌써 좋은 날씨에 대한 체감이 꽤나 현실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혹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원의 양이 적어져서라고 하는데, 마치 중국이 우리 더러 '코로나를 택하겠소? 아니면 미세먼지를 택하겠소?'라고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문제를 제시한 것과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과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가 눈앞의 공기를 뽀드득 소리나게 닦아놓은 것만 같은 하늘을 쳐다보니 아무렴 어떠냐, 날이 좋으면 됐지 하는 그런 너그러움마저 샘솟는다.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좋지만, 오늘 나는 사무실에 쳐박혀 열심히 논문을 쓰고 앉아 있었다. 뭐, 연구원으로서 좋은 날씨에 재미있는 글이 쓰여진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긴 하다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