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재확산 기세가 뚜렷하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해서 확진자 수의 증가가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8월 15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반정부 집회를 코로나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미 8월 초부터 폭넓게 지역사회에 감염이 시작되고 있었고, 마침 사랑제일교회라는 이상한 집단의 난동이 이러한 광범위한 감염사실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사랑제일교회를 위시한 보수파의 시의적절치 않은 시위가 이 모든 사태를 부채질한 바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전북 지역은 확진자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최근 전주, 군산, 익산 등지에서 확진자가 한둘씩 계속 보고되면서 어느새 확진자 수가 60명에 가까워졌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만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이제 오늘부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우리 전북분원도 관련 조치들을 취하게 될 예정이다. 당장 내일 모든 학생들과 박사후연구원들은 재택 근무를 하고, 이후부터는 절반씩 재택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정규직 연구원들의 방역 조치 준수 의무는 더욱 강화되는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아무래도 '먹는 것'이다. 센터별로 구내식당을 이용할 시간이 다르게 지정됨으로써 식당 내 동시간 취식 인원을 최소화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 센터의 점심시간은 12:30부터 시작되므로 아마 오전 중 연구시간을 조금 더 늘려 쓰게 될 가능성이 높겠다. 출장과 외부출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는 당분간 외부와의 교류도 다시 냉각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즘은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걸 틀어막는다고 틀어막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 아닐까. 처음 두어달 동안은 민관의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방어해낼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잃어야 했던 것들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경제가 휘청거렸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의 활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엄습한 코로나19의 확산. 과연 사람들은 반년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정말 성실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이런 게임을 하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A 선택지는 "경제활동 정지 + 감염 위험 없음", B 선택지는 "경제활동 지속 + 감염 위험 있음 (치명률 5% - 단 젊을수록 치명률 낮으며, 50% 이하의 확률로 증상이 없음)"이며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다. 반년 전에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신종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했고, 이에 A 선택지를 고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잠깐의 여유를 맛보았던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창궐한 현재 시점에서 과연 다시 A 선택지를 고를 수 있을까? 게다가 사람들은 이제 알고 있다 ㅡ 이번에 A 선택지를 골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 개월 이후에 다시 또 이 선택지를 골라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그렇다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더구나 젊은 사람들이 B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닌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게 어처구니 없는, 어떤 이에게는 이게 애석한,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바로 이 행동을 무시 못할 소수가 택하게 될 가능성의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봉쇄를 해서 시간을 번 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야기할 비가역적인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치명상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고 있지 않다. 과연 그게 최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일까? 덮어놓고 그런 목소리를 '정신 나갔다'라고 하기에는 너도 나도 바이러스의 현재를, 그리고 바이러스가 가져올 미래를 모르지 않는가?


우리는 인류 역사를 위협한 온갖 병원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이토록 일치단결하여 대응해 본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수백,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과거의 전염병에 비하면 현재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인류가 굉장히 선방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바이러스는 진화하는데 그 진화의 방향은 모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그러했다시피 전염력은 보다 강해지는, 그리고 치명률은 보다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십수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신종플루가 타미플루라는 약으로만 다스려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굉장히 대담한 주장으로 들릴 수 있을지는 모르나 코로나19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 덜 치명적인 것으로 그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 손도 쓰지 않은채 '여러분, 조금 억센 감기와도 다를바 없다 생각하고 이겨내 봅시다. 이거 결국 다 괜찮아질 거에요'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미친 짓 아닌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온갖 파장은 과거와 같이 '생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떼죽음을 목도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짊어진 현대 국가의 비극적 운명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가까운 훗날 2020년의 이 시간을 돌이켜보며 '그때 우리는 너무 호들갑을 떨었어.'라고 되뇌이는 장면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분열과 대립을 면하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미래의 사람들로 하여금 '코로나19가 정말 인류를 위협할 만한 가공할 만한 바이러스였노라'라고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기 때문이다. 6개월 전, 순수하게 걱정과 두려움으로만 지켜봤던 이 코로나19 사태, 이제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인 면들도 아울러 바라보게 되니 굉장히 착잡해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