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에 투고한 논문에 대한 게재 승인 여부 메일이 편집장으로부터 날아왔다. 편집장의 메일 첫 단락은 리뷰어가 꽤나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기에 도저히 바로 게재 승인을 해 줄수는 없어 거절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다음 단락에서는 만약 리뷰어가 제기한 의제에 따라 추가 실험결과와 분석 등을 실어 수정안을 보내주면 재검토하겠다며 1월 31일까지 수정본을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금 황당했던 것은 투고 페이지에서의 투고 상황판의 상태 변화였는데, 거기에는 rejected & resubmit 이라고 아예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몇 년 전만 해도 resubmit은 그냥 새로운 submit일뿐 rejected라고 뜨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resubmit이 만연해서 그런지 아예 이런 표현도 쓰이는구나 싶었다. 이 정도면 Major revision 으로 결정을 내려도 문제가 없을텐데 굳이 rejected & resubmit 이라고 하는 것은 편집장의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고려가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1. 리뷰어들이 만장일치의 형식으로 major revision을 내려야 major revision이라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어느 한명이라도 좀 심각한 리뷰를 내놓으면 reject가 되어야 하는게 정책상 어쩔 수 없다.

2. 저널의 거절 비율을 높이는 것도 꽤나 중요한 이슈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과학 저널일수록 투고된 논문 중 극히 일부만 게재를 허락하는데 revision 결정은 거절된 것이 아니기에 거절 비율을 높이는 데 활용되지 못하므로 차라리 거절을 일단 시킨 다음에 나중에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다.

3. 그런데 이 논문이 다른 저널에 가기에는 우리 저널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것 같으니 resubmit 하라고 해 놓으면 분명히 되돌아올 것이다.


그래도 이번 리뷰어의 리뷰 중에는 '황당한' 것들이 없고 정말이지 해봄직한 도움되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리뷰어가 다음 논문에 붙여서 내자고 했던 내용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는군...' 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공감가는 코멘트도 많고. 그래서 기왕 resubmit 기회를 주며 도와주려는 편집장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논문에 살을 붙이고 다듬어서 ㅡ 제목도 바꾸고 ㅡ 재투고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코멘트 중에 영어의 오탈자 얘기는 있어도 작문이 형편없다는 그런 코멘트는 없었다. 영어 글쓰기 실력이 그래도 좀 향상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내년까지 충분히 보충실험을 더 하고 제출하도록 해야겠다. 내년부터는 리그닌 관련된 논문을 두어편씩 낼 수 있을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