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주차를 해 둔 완주 둔산공원으로 내려오기 전, 친구들과 함께 남부터미널 역 근처에 있는 국제전자센터에 가 보았다. 이미 가본 적 있는 이들은 이 건물을 '국전'이라고 줄여불렀는데, 9층 전시관은 가히 오타쿠의 성지라고 불릴 만 했다고 내게 귀띔해 주었다. 그리고 도착해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닌텐도(Nintendo) 관련 제품들을 보았을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닌텐도 게임기도 없거니와 이렇게 수북히 닌텐도 게임 관련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은 어딘가에서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조금 안으로 들어가보니 알지 못할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제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수천원을 넣고 돌려야 하는 ㅡ 심지어 카드 결제까지 가능한 ㅡ 뽑기 기기들이 즐비했고, 맞은 편에는 갖가지 자세의 다양한 캐릭터들 모형이 유리장 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조차 예상이 되지 않는 각종 물품하며, 도대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아리송한 제품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장소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에는 정말이지 우리가 오타쿠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 강화하게 하는 외양과 말투를 보이고 있어 무척 놀랐다. 또한 신기하게도 어린이들을 대동한 부모들이 자주 보였는데, 친구 왈 오타쿠도 가정을 이뤘기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렇게 있단다. 하긴 그렇지, 취향이 다를 뿐 그들도 똑같이 일하고 먹고 사는 시민들이잖아.


사실 몇 바퀴 돌다보니 진이 빠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어 조금 쉬어야했다. 내가 모르는 하위문화(subculture)를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피로감을 동반하곤 한다. 도대체 도쿄(東京)의 아키하바라(秋葉原)는 어떤 정도인 걸까 생각해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중에는 9층에서 숨쉬는 것이 약간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요일 오후에도 이 문화를 즐기러 찾아온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그 돈으로 교양 서적이나 사서 읽어볼 것이지!'라고 투덜대면서도 이 심오한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그들의 애호 심리는 대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