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머문지도 벌써 7일째이다. 코로나19의 증상은 25일 수요일 오전을 기점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증상은 절정의 인후통(咽喉痛), 약간의 미열, 그리고 이에 따르는 경미한 두통. 한 2시간여동안 지속된 증상은 의사의 권고에 따라 복용한 해열진통제 덕에 잦아들었고, 이후로는 미열이나 두통은 사라졌다. 대신 가래와 끈끈한 콧물이 자주 느껴지면서 기침이 나왔는데, 이전의 마른 기침이 아닌 가래 섞인 기침이어서 콜록할 때마다 목 깊은 곳에서 '나 좀 빼주세요!' 하고 외치는 듯한 걸걸할 소리가 함께 터져나오곤 했다.


인체 면역(免疫) 체계가 일정 농도 이상의 항원에 맞서 싸우는 반응으로 인해 열과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지난주 토요일에 내 몸 속에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는 일주일 정도의 증식 기간을 거쳐서야 드디어 내 면역 체계가 인식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 경미한 인후통을 시작으로 증상이 차차 점증(漸增)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으며, 어제가 바이러스 전쟁(戰爭)의 최고 절정이었던 셈이다. 이제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인데 이는 가래와 코가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래와 코는 이 바이러스 전쟁의 결과물들을 체외(體外)로 배출해내는 과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전쟁터였던 몸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의사 선생님도 특이한 징후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한, 다음주중에 퇴원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이를 위해 우선 오늘 아침에 채혈(採血)을 하여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간 수치와 염증 수치를 분석하였고, 오후에는 가슴 X선 사진을 찍어 뚜렷하게 보이는 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셨다. 다행히도 간 수치와 염증 수치는 모두 정상 범주 안에 들어와 있었고, X선 사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 예상했던 바와 같이 폐렴(肺炎)이 발생하거나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증상이 처음 시작했던 날로부터 절정에 이르기까지 대략 3-4일이 걸렸으니,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그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상태가 변할 테니 대략 이틀 정도를 더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변경된 지침에 따르면 젊은 연령층의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퇴원 시기를 정할 때 굳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PCR 증폭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의료원 측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퇴원 전에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주었다.


다행히 나와 밀접접촉된 28명의 인원 중 현재까지 특이한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인데:


1. 내 몸에서의 코로나19의 잠복기는 대략 일주일 정도로 꽤 긴 편이었다.

2. 종로구보건소에서 검사대상이라는 문자를 전달해 준 19일 목요일은 잠복기가 거의 끝나가고 바이러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생기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단순 접촉 및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운좋게도) 극히 낮았다고 볼 수 있다.

3. 그런 점에서 문자를 받자마자 급히 익산시보건소로 달려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집으로 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것은, 혹시나 모를 추가 밀접접촉자를 만들지 않은 현명한 선택이자 검사대상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던 것이다.

4. 또한, 연구원 내에서 웬만하면 KF94 급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은 바이러스 전파 확률을 더 낮추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밀접접촉자 28명은 다음주 화, 수, 목까지 접촉한 날짜에 의거해 자가격리를 진행하고, 마치기 전날에 한 번 더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으로 나와야 최종 격리 해제된다. 그말인 즉, 현재는 증상이 미미하거나 혹은 무증상이라서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있다가 격리가 끝나리라고 생각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양성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법 ㅡ 끝까지 잘 지켜봐야겠다.


아무튼 코로나19 감염부터 확진, 증상의 발현을 거쳐 이제는 퇴원을 기대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지난 이레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꿈만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뜻하지 않은 병실 생활을 통해 원치 않는 강제 휴식을 당한 것에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는 지금 바깥에 있는 것보다는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더 나으려나?' 싶기도 하고. 모든 것이 사실 뒤죽박죽이다. 이 감정, 이 현실을 잘 기억하고 정리 및 보존했다가 후에 퇴원해서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확진자로서, 먼저 감염되는 바람에 주변인들에게 심려를 끼친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어야 할 의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