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로 기념하고 있다. 에이즈가 뭐가 좋은 거냐며 기념할 만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에이즈의 확산을 막고 제대로 된 치료로 환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가시화(可視化) 및 양성화(陽性化)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HIV 및 AIDS에 대한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이 강해질수록 많은 환자들이 음지에 숨어들어가 치료를 진행하지 않거나 자신의 양성 확진 사실을 숨기고, 이는 통제 및 관리되지 않는 HIV의 확산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이미 여러 나라들의 실례로 잘 알려지게 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 병원에 격리입원되어 있다보니, HIV 양성 환자들이 겪는 아픔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막상 걸려보니, 코로나19 양성 사실은 내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었다. 사회적으로 잘못 행동했다는 손가락질이 걱정되기도 하고,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굉장한 폐를 끼쳤다는 죄책감, 그리고 혹여라도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더 큰 지역 감염 혹은 유행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퇴원 후에까지도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부정적 효과도 굉장하여 조심스러워지는데, 불치병 내지는 신의 분노, 혹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혐오스러운 죄인으로까지 취급을 당하는 HIV 양성 환자들이 받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사실 HIV 바이러스는 코로나19에 비하면 전염력이 극히 낮다. HIV의 전파는 주로 성관계, 주사바늘 공동 사용, 수혈, 그리고 산모에 의한 태아의 수직 감염으로 일어나는데, 성관계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에 반해 HIV는 운동이나 식사, 악수라든지 키스 등으로는 주변 사람에게 옮길 확률이 극히 낮은데 이는 잠깐 스쳐지나가는 비말 만으로도 손쉽게 전파가 되는 코로나19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파력이 낮은 것이다. 그런데다가 HIV 바이러스의 경우 AIDS로 진행되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정기적으로 잘 투여하여 바이러스 농도가 특정 수치 이하의 낮은 수준으로 관리된다면, 면역 체계가 무너지는 것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전파하는 확률도 극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undetectable (검출 안 됨) = untransmissible (전염력 없음)' 이라는 등식도 가끔 HIV/AIDS 관련 인권 운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HIV에 대한 장구(長久)한 편견과 오해로 인해 HIV 양성 확진자들은 사회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으며 살아 왔다. 직업도 잃고 가족과 친구도 잃었다. 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 차단되었고, 수많은 노력은 '참람한 병자들에게 수많은 혈세가 투입된다'는 비아냥과 조롱 아래 묻히기 일쑤였다. 당뇨병에 걸린 사람들보다 오히려 기대 수명이 긴 젊은 HIV 양성 환자들은 사회의 암적 존재로 부정적 취급을 받으며 참으로 많은 모멸감을 견뎌내야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군산의료원에 격리된 채로 있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해 봤지만, 그 중에 가장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았던 주제가 바로 이 HIV와 관련된 것이었다. 나는 HIV 양성인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사랑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코로나19 양성 확진 와중에 사회적 공포에 질려 과학적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을 쉽게 잊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면면히 뜯어 보면서 HIV 양성인 사람들이 신체적 고통보다는 훨씬 더 과중한 사회적, 인간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정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퇴원 후로는 HIV 양성 및 AIDS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한편,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사회 구성원인 그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차별 받지 않고 함께 기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ㅡ 비록 제한적이라도 ㅡ 어떤 것들이 있을지 숙고해 보아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