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인 어제 퇴원 처분을 받았다. 참고로 코로나19 확진으로 의료시설에 격리입원된 사람이 퇴원하는 조건은 증상에 따라 다르다.


1. 무증상 확진이면서 입원기간 동안 무증상인 경우: 격리입원 후 10일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으면 바로 퇴원. 만일 중간에 코로나19 검사를 했을 때 음성이 뜨면 바로 퇴원.

2. 무증상/증상 확진에 관계 업이 입원기간 동안 증상이 발현된 경우: 격리입원 후 10일동안 상황을 지켜본 뒤, 증상이 호전되는 추세에 있으면서 동시에 72시간(=만 3일)동안 해열제 복용없이 발열이 일어나지 않으면 나흘째 되는 날 퇴원. 참고로 증상이 발현된 환자의는 경우에는 격리입원 기간동안 코로나19 검사를 해도 PCR 검사의 특성상 양성이 나올 수 밖에 없으므로 진단 결과에 따른 퇴원 처분은 기대하지 않는다.


위 조건에 따르면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의사가 퇴원 결정을 내렸다:


- 확진사실 확인 및 격리입원: 11/20

- 증상발현: 11/25

- 증상이 완화되어 발열이 없는 상태로 이행: 11/29

- 격리입원 된 지 10일째 되는 날: 11/30

- 그날 이후로 만 3일을 발열이 없는 상태로 지냄: 12/01~12/03

- 퇴원 처분: 12/04


그래서 격리입원에서부터 퇴원까지 만 2주가 걸렸다. 비록 격리입원 된 지 10일째인 11/30에 코로나19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지만, 예상대로 양성. 이는 이전에도 언급했듯 아직 몸에 비활성되거나 사멸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격리입원될 때는 앰뷸런스를 타고 왔지만, 퇴원해서 집에 갈 때는 알아서 가야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력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전문가들과 나만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그렇게 알고 있지,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참고로 이에 관한 글을 조만간 작성해서 올리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집에 가기로 했다. 문제는 군산의료원에서 군산 버스터미널까지 가려고 잡은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이것저것 말을 시키셔서 조금 곤란하긴 했다. 새로 차를 뽑아서 택시 일을 시작한 지 두 번째 손님이라며 싱글벙글 덕담도 해 주시는 등 너무 좋으신 분이었는데 평소같으면 맞장구치면서 이것저것 얘기했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감탄사 정도만 내뱉는 것에 너무 죄송스러웠다.


군산터미널에 도착해서 익산역으로 가는 시외버스 티켓을 사고, 터미널 안에 있는 던킨에서 커피라도 한 잔 사 마실까 하다가 또 어떤 눈총을 받을지 몰라 집에서 그냥 내려먹으마 하고 그냥 돌아섰다. 익산역으로 가는 버스가 곧 도착했고, 30분 정도 지나서 익산역에 도착했다. 평소와 별다를 게 없는 주중 오후의 익산역. 거기서 나는 조금 걸어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2주만에 집에 왔다!


집안은 어수선했다. 마치 2주전의 급박했던 그 상황이 오롯이 남아있는 듯 했다. 당황스러움과 침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뒤섞였던 그날의 혼란이 마치 바닥 위에 내팽개쳐진 옷자락에서 느껴졌고, 뜯지 않은 택배포장과 '음성판정이라는 꿈'을 꿨던 그날밤에 입었던 잠옷은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라고 내게 위로하듯 말을 해 주는 것 같았다. 다행히 2주동안 물을 주지 않았음에도 실내에 있던 식물들은 말라붙지 않았고,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들에게 물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의료원에서 입었던 모든 옷가지와 수건들을 전부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다행히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이 인지질 이중막(lipid bilayer)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계면활성제가 들어가게 되면 문자 그대로 분해되고 만다. 그렇게 때문에 손씻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는데, 아무튼 빨래를 하고 나서 일광에 말리면 사실상 바이러스는 사멸하는 셈.


배가 고픈데 당장 먹을 게 없고, 격리입원 중에 누가 보내 준 사진에 감흥한 나는 뭐에 홀린 듯이 집 앞 마트에서 짜파게티를 사서 두 개를 훌쩍 먹어버렸다. 오동통한 면발에 기운을 차린 나는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오랫동안 안 뜯긴 채로 남아 있었던 택배 박스를 이제서야 열어 보았다. 대용량 가습기와 홈쇼핑 채널에서 구입한 기모 청바지들 ㅡ 생각보다 사이즈가 딱 맞아서 참 좋았다. ㅡ , 대량으로 구매한 치실, 그리고 보험사에서 보내 준 몇 가지 자잘한 사은품과 달력이 들어 있었다. 거실에 있는 달력을 새로 받은 2021년 달력으로 교체하고 2020년 12월이 보이게끔 해 두었다.


웬만한 일을 마친 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담아둔 뒤 몸을 담갔다. 어느 정도 불린 뒤 때를 벗기는데, 때를 벗기는 건 아버지와 함께 설날에 시흥시의 한 목욕탕에서 벗긴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사실 매일 샤워를 하다보니 때 벗길 일이 없었는데, 퇴원하고나서 때를 벗겨야 하겠다고 다짐한 건, 퇴원 직전 샤워를 할 때 몸에서 때가 밀리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 아마도 2주동안 같은 옷을 입고 샤워도 제대로 못하면서 땀은 간혹 흘려가며 입원 생활을 하다보니 그랬던 듯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렇게 때를 밀었다. 그 거룩한 때벗기기를 마치고나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연구원 사이트에 접속하여 병가 및 2주 재택근무 신청을 했고, 이어 전북분원 구성원 모두에게 보내는 퇴원인사 메일을 보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이 감사한 마음과 송구스런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에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격려의 답장을 해 주셔서 참 감사했다. 참고로, 어제부로 모든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재검사 결과가 확인되었는데 전원 음성이었다. 즉, 나로부터 2차 전파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이야기. 만일 추가 확진이 있었다면 마음의 짐이 훨씬 무거워졌을텐데, 이 정도로 '나만' 확진되어 불행 중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친 뒤 처음에는 롯데마트에 가서 장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사람 많은 그곳에 지금 가서는 또 사람들이 훗날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집 앞 마트에 갔다. 어차피 이날 저녁은 냉장고 안에 묵어버린 김치와 돼지고기를 이용해서 김칫국을 만들고 닭가슴살이랑 함께 먹을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음날 먹을 음식들만 대충 샀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하도 과일을 부디 많이 먹으라고 권하셨기에 사과와 귤도 1주일치 샀고. 오랜만에 카드 지출 내역이 등록되어 카드도 이제 제 일을 하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 뉴스를 보며 빨래를 개고, 김칫국을 끓이고, 닭가슴살은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고, 난방 중에 건조해지면 곤란하니까 가습기에 최근에 배달된 3차 증류수를 넣어 가동시켰다. (참고로, 가습기에 수돗물 등 미네랄 성분이 포함된 물을 넣으면 가열식이나 증발식이 아닌 초음파식인 경우 실내 미세먼지 양이 급증하게 된다.) 저녁을 먹고 코로나19 격리입원 해제를 자축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사 온 Corona Extra 맥주병 하나를 따서 들이켰다. 2주만에 마셔보는 맥주맛은 아주 죽여줬다.


영어로 진행되는 이란어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밤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는 잘 시간이다 싶어 잤고, 매일 6시에 활력징후(vital sign) 체크를 묻는 전화가 오던 격리병실의 문화에 몸이 이미 적응했는지, 나도 모르게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여기는 병실이 아니고 내 집이라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킨 뒤 잠을 청하니 오전 9시까지 푹 잘 잤다. 크레페(crêpe)를 만들어 바나나를 썰어 뿌린 뒤 아침식사를 하고, 2주만에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려 마셨다. 상쾌한 아침의 시작 ㅡ 사과를 하나 말끔히 먹어치운 뒤 설거지를 마치고 Joey DeFrancisco의 재즈 앨범을 틀어놓은 채 이렇게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서재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는 느낌이 마구 들지만, 너무 급하게 하지는 말고 천천히 소화해야지. 아참, 당분간은 헬스장에 가는 것도 자제해야 할 모양이니 이번주는 집에서 열심히 홈트레이닝을 해야겠다. 2주간의 격리입원 때문에 체중이 2 kg 정도 줄은 것이 조금은 불만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낸 게 다행이다.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다시 회복시켜야지.


아무튼 이제 일상이다 ㅡ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래야 내가 주변에 끼친 심려보다도 더 크고 좋은 것들로 보답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어느 것도 불평할 것은 없다. 하느님께서는 늘 내게 선한 것만 베푸셨으니까, 그것에 감사할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