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그러니까 3/13(토)에 최용석 박사 결혼식에 참석했던 나는 오랜만에 찾은 서울대 캠퍼스 안을 돌아다녔고, 저녁에는 기어이 종각까지 가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샀다. 온종일 한강 이남의 서울과 이북의 서울을 휘젓고 다닌 뒤 시흥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발이 정말 아팠는데, 그날따라 오랜만에 신었던 구두가 너무 꽉 끼는 느낌이 들었기에 '정말 살이 찌긴 쪘나, 발에도 살이 찌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란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꽉 낀 구두를 신고 다닌 뒤의 일시적 통증' 정도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주에 알게 되었다. 왼발 4번째 발가락과 5번째 발가락 사이에 껍질이 갈라졌다는 것은 시흥집에 돌아온 이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부분을 씻으려고 손을 갖다 대면 정말 평소보다 심각할 정도로 가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것도 금방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싶었는데,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는 새끼발가락 쪽에 빨겋게 수포처럼 부풀어 오른 부분이 있다는 것과 새끼발가락이 뭔가 퉁퉁 부은 것처럼 생겼으면서 동시에 무척 간지럽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게다가 손을 갖다 대었을 때 단순히 가려운 정도 이상의 찌르는 듯한 통증 비슷한 것도 느껴졌는데, 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증상인지라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 출근을 미루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전후 사정을 듣고 내 발의 상태를 살피더니 바로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며 바로 소독을 실시하셨다. 그리고 그 분의 입에서 떨어진 병명은 바로 봉와직염(蜂窩織炎, cellulitis)이었다. 훈련소에서 잘 맞지 않는 군화를 신고 생활하면 걸릴 수 있는데,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교관들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얘기했던 그 병명, 봉와직염 말이다! 의사 선생님은 꽉 낀 구두를 신고 활동한 뒤 손상된 피부 조직으로 세균이 감염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최근 실험실에서도 통풍이 잘 되는 슬리퍼로 갈아 신지 않고 구두를 계속 신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리자 '화를 자초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금요일 아침에 의사 선생님은 당분간 운동을 하지 말고, 항생제를 일 2회 먹고 연고를 바르는 한편 금주(禁酒)할 것을 명하셨다. 오랜만에 항생제 주사를 엉덩이에 맞은 그날부터 주말 내내 항생제를 꾸준히 먹으면서 발가락 사이를 씻은 뒤 잘 말리고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거즈를 덮은 뒤 반창고로 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그리고 나흘째인 오늘 아침, 의사 선생님은 환부(患部)를 보시더니 더 이상 항생제 처방이나 연고 사용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하셨다. 이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에는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는 무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자의(自意)로 약을 사서 발랐다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해당 부위에 염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항상 주의하라고 당부하셨다. 큰 교훈을 얻었다 생각하고, 앞으로는 발 건강에 더욱 신경써야 하겠다.


아참, 이 참에 구둣집에 가서 사이즈가 좀 큰 구두를 새로 사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