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밖에 나가 산을 바라보면 어렴풋하게 뿌연 것이 미세먼지 때문인가 싶다가도 차 위에 소복히 내려앉은 노란 가루를 보고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대번 파악하게 된다. 온갖 나무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분(花粉),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화(松花)가루다. 이게 얼마나 대기 중에 쏟아져 나오는지, 잠깐 책상 위에 놓아 두었을 뿐임에도 휴대전화 액정 보호필름 위에는 일정한 공간적 상관 길이(correlation length)를 두고 산개(散開)하여 자리 잡은 송화가루들이 마땅히 가야 할 곳에 이르지 못한 설움을 폭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높은 날에는 특별한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하나, 기이하게도 직경이 더 커서 눈에 보일 정도인 이 노란 가루에는 내 몸이 비교적 격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재채기가 나오고 곧 콧물이 코를 닫아버린다. 흥! 하고 코를 풀고 나면 코맹맹이 소리가 몇 분간 이어지다가 이따금씩 다시 쏟아져 나오는 재채기. 휴지가 없어서 곤란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서 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사은품으로 하나씩 챙겨주는 티슈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고로 이런 날에는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나마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KF 94 마스크를 매일같이 쓰고 외출하는 덕분에 과거보다 이런 고생을 덜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왜 예전에는 이런 증상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결국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 그런가 보다 ㅡ 이런 씁쓸한 결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