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을 어버이날인 줄 알았다. 오전에 전화가 걸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모부로부터 온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금세 안색이 안 좋아지셨고 바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ㅡ 급성 백혈병 진단이 내려진 이모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시흥 집에 오기 전인 어린이날에 어머니와 통화를 했을 때, 이모의 건강이 최근 부쩍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종사촌 동생이 임신 8개월을 넘기는 시점에 산부인과에서는 주변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한 백일해(百日咳) 백신 ㅡ Tdap이 아닌가 싶은데 ㅡ 을 권했고, 모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접종을 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내 동생이 임신했을 땐 그런 접종을 한 기억이 없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예를 일찌기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 다 큰 성인이 굳이 백일해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의문을 표했지만, 의료계에서 그렇게 권한다니 별다른 말은 붙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모가 그날 이후부터 기력도 잃고, 뭘 먹으려 하지도 않고, 기이한 것은 몸에 알지 못할 멍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더라는 것이었다. 원래 이모는 종종 어머니 댁에 오셔서 내 조카와 놀아주시곤 했는데, 그 주간에는 놀아주지도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고. 그러다가 이상 증상에 놀란 이모가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해 보니 글쎄 급성 백혈병이라고. 그리고나서 인터넷에서 급성 백혈병의 증상들을 찾아보니 딱 들어맞더라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이모 가족을 향한 걱정으로 휩싸인 우리 가족은 원래 예정된 점심 식사도 맛있게 먹는둥 마는둥 뭔가 부산스럽게 오후 시간을 보내야했고, 늦은 오후에야 부모님과 나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가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정책에 따라 중환자실 환자 면회는 금지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모부를 만나서 위로를 해 드리는 데 의의를 두었다. 아무것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신 듯 꽤 침울해 계신 이모부에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근처 중국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모의 상황은 주말 이후 월요일에야 정확하게 판단될 수 있을 것 같고, 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일정 등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록 이모는 당신의 건강에 대해 '괜찮다' 혹은 '제어 가능하다' 이렇게 얘기하셨겠지만, 실상 의학적으로는 그의 신체에는 어딘가 굉장히 취약했던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백신이 접종되었을 때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조금 있으면 태어날 손자를 위한 마음 씀씀이를 누가 뭐라 하랴. 그리고 전국민이 오랫동안 맞아온 이 백신이 방아쇠를 당기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탓할 이는 없다 ㅡ 다만 부디 현 상태가 적절하게 제어될 수 있는 상태이기를, 심각한 수준의 치료 없이도 완전히 관해(寬解)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이 일 이후로는 이모가 더욱 더 신체적으로 강건해지기를.


전능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로 사탄과 죄악과 질병과 죽음을 완전히 이기시고 승리하셨나이다. 비오니, 성령의 도우심으로 사랑하는 이모 안정애의 병을 고치시고, 강건하게 하시어 마음과 몸의 모든 고통과 질병을 없애시며, 모든 죄를 사하시어 주님을 진심으로 섬기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