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아마도 세계가 잊지 못할 날이다.. 헤헷. 이건 너무 과장이군. 

내 생일이다. 내일이 곧 중간고사라는 게 약간 걸리지만 그래도 내가 18년 전,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바로 옆 방에서는 생명의 근원이 되신 두 분께서 쿨쿨 주무시고 계시고! 

생일을 맞아서 좀 당찬 계획을 했었다... 지금까지 생일을 제대로 못 챙겨준 사람들에게 편지를 거꾸로 내가 보내려고도 하고.. 아니면 보드게임을 쏘던가... 

그런데 내일이 시험이라는 것 때문에, 그리고 지금이 한창 수시철인지라 다들 민감해하고 있어서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어졌다. 불가피한 상황이든 변명이든 불가항력이든 궤변이든 어쨌든 계획은 이렇게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쉽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 내지는 헛된 소망이 있기도 하다... 

참... 옛날에는 케이크에 촛불 꽂아놓고 선물 받고 치킨 먹고... 늘 이런 것이 우리들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시간이 가면서 케이크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치킨도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생일이라고 PC방, 노래방 이렇게 가기도 했단다. 

초등학생은 생일에 축구공 하나, 혹은 부루마불 하나로 하루의 스케쥴을 모두 끝낼 수 있는데, 중고등학생들은 그런 것으로는 그들의 시간을 채울 수 없나보다. 전자파와 현란함이 해가 갈수록 더해져간다. 

그래도 이걸 누가 탓할 권리는 없겠지. 엄연히 새로운 그들만의 파티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릇이 달라도 그 안에 든 내용물은 한결같지 않나? 어쨌든 생일축하파티에 참여하면 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웃지않고는 못 배길 이야기들, 혹은 그 뒤에 씁쓸한 뒷맛이 있다든지.. 아니면... 

감사히 여겨야 할 날이 오히려 오늘이다. 기쁘게 누리기만 하지말고 좀 더 겸허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하나님께, 부모님께, 그리고 빵을 주지 않은 마음이 넓은(?) 친구들에게 'Gracias'라고 외쳐봐야겠다. 

아참.. 오늘은 기도로 일기를 마무리하자. 


하나님.. 수억마리의 정자중에서 하나를 택하시고 마침 그 때 배란된 난자를 통해서 수정에 성공하게 하셨으며 착상에 이르러 어머니의 몸 속에서 임신이 된 후 출산되어 세상의 빛을 볼 때까지 유전적인 결함을 아무것도 주지 않으셨음에 감사드리며, 18년동안 살아오면서 어떠한 물리적, 화학적인 치명적 손상을 입지 않게 해 주시고 과학으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신앙과 사랑으로 늘 함께 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흙에서 난 제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제가 밟고 있는 땅을 비이커와 피펫과 온갖 시약과 단 한 자루의 펜과 종이로 일구게 하소서...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저를 하늘나라로 다시 데려가지 않으시고 끝까지 이 땅에 살아남게 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한 손바닥으로 셀 수 있는 날보다도 적은 기간동안 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주님께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사는 것과 죽는 것이 하나님께 달려있는데,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살게 해주시니 눈물이 쏟아지도록 감사드립니다. 

수술용 칼과 실의 은혜를 항상 기억하게 하소서... 그러고보니 그런 은혜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는지요.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누구의 고백처럼 더 부서져야 하는 제 모습입니다. 찬란하게 빛날 때까지 정과 망치를 들고 부수고 깨뜨리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