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대로 사람에 대한 생각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열렬히 사랑하든, 혹은 죽도록 증오하든,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품는 감정이란 단순히 그냥, 어쩌다보니까 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꽤 시간을 두면서 쌓아온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어떤 사람에 대한 형상을 자기가 그려나간 하나의 독창적인 창조물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A라는 인물을 정말 좋아한다지만 다른 사람은 그를 정말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B라는 사람을 지겹도록 싫어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를 다정하게 대한다. 

어린 우리 10대들에게 학교라는 곳은 이러한 인간 관계를 잘 알려주는 장소이다. 위대한 성자가 아니고서야 학생으로서 급우를 싫어한다거나, 아니면 정말 친해지기를 열망한다던가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앗...?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관계를 따지자면 모두가 똑같이 지내는 것 같다. 서로 친해지고 싶어하고, 싫어하고, 심드렁한 것까지. 우리는 가끔 나 혼자 이런 감정을 가진 것이라고 혼자만의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다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한 가지 느끼는 바는, 결국 내가 다른 친구에게 특별한 감정 ㅡ 선하든, 악하든 ㅡ 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내 안에서만 특별한 것이라고 느낄 뿐이지 전체적으로는 일상적인,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만든 독창적인 창조물은 결국 내 안에서만 독창적인 것이구나. 결국 모든 것이 내 생각 안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결론을 얻었다. 이러한 나만 독창적이다고 생각하는 흔해빠진 창조물을 세상 밖에 꺼내는 것은 유익하지도 않은 짓이고, 별 흥미를 끄는 일도 아닐 뿐 아니라, 내 점수만 깎이는 짓이다. 

즉, 타인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은 겉으로 느러낼 필요성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역시 의문점 하나가 남는다. 

우리는 왜 남을 험담할 때 ㅡ 그것도 여럿이서 ㅡ 이유모를 해소감을 느끼는 걸까? 남에 대한 감정은 왜 숨기기가 힘든 것일까, 마치 커다란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하고 떠벌이는 광부처럼? 

아.. 어쩌면...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고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다른 친구의 것과 일치하였을 때의 이유모를 행복감에 도취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 내가 A를 싫어하는데, 그도 A를 싫어하면 자연스럽게 얘기가 된다. 나는 대화의 소재가 되어준 A에게 쌉싸름한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그 대화 속에서 흥분과 열정이 아마 이유모를 즐거움을 주는 것이리라... 

아니.. 그렇다면 단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싫어한다, 혹은 좋아한다 이러는 것은 똑같은 감정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코드를 타고 얘기할 때 느끼는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 오로지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인가? 정말 그랬나?!?!?! 


그래도.. 이 결론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걸 늘 경험하는 하루하루다. 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본성이 그런 것은 아니잖아? 고로 노력하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