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쩌다가 11시쯤에 TV를 틀었다. 교회를 다녀온 뒤 컴퓨터를 하는 게 정상 플레이였지만, 오늘은 왠지 TV부터 켜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온게임넷이 나왔네? 1년중 한 번 볼까말까했던 스타크래프트 방송. 올해는 자주 보고 있다. (그냥 여러가지 이유가 나로 하여금 그 경기들을 지켜보게끔 한다.) 

오늘 한 경기는 왠지 재방인 것 같은데, 강민이라는 사람과 박태민이라는 사람이었다. 강민이라는 사람은 프로토스 플레이어였고, 박태민은 저그. 

옛날옛날 투니버스에서 스타리그를 처음 중계해줬을 때는 그저 '로스트 템플'같은 기본적인 래더 맵들만 알아도 충분했는데, 요즘 보니 별의 별 희한한 맵들이 다 제작되었다. 하긴, 온게임넷이 처음 개국했던 해에 열린 스타리그에서는 '아방가르드'라는 괴상한 맵이 등장해서 뭐 저런 게 다 있냐 싶을 정도였는데 뭘. 

KTF의 강민, SKT T1의 박태민. 1시간동안 펼친 접전이었는데ㅡ. (요즘은 프로게이머도 매니지먼트같은 회사가 다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눈을 절대로 뗄 수 없는 경기였다. 

저그는 할만큼 했다.. 러커와 브루들링, 인페스티드 테란만 빼고 다 봤다. 저글링, 하이드라리스크, 울트라리스크, 뮤탈리스크, 가디언, 디바우어러, 스커지, 심지어 퀸과 디파일러... 퀸의 패러사이트와 인스네어, 디파일러의 플레이그와 컨슘까지 다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프로토스는 경악 그 자체. 처음부터 더블 넥서스를 한다는 것 하며 ㅡ 캐스터들은 수비 프로토스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떠들고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강민이라는 사람이 대가인가? ㅡ 커세어와 리버로 저그를 혼내주는 모습.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의 하이템플러 운용이었다... 사이어닉 스톰이 작렬할 때 도대체 몇 마리의 저그 유닛이 사살되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저그가 낙승을 거두리라고 생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그 수많은 유닛 떼를 견뎌낼 수 없었을 터(울트라리스크와 하이드라리스크, 저글링이 혼합하여 쳐들어왔을 때, 게임이 끝날 줄 알았다.). 확실히 강민이라는 사람이 정말 잘 했다는 것이 빛나는 그런 게임 한 판이었던 듯 싶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렇게도 무시무시하도록 놀라운 한 판을 창조해냈다;; 

초등학교 때 이 게임을 original로 접해봤을 때 ㅡ 아버지께서 어느날 CD를 구워오셨다길래 뭐였나 했더니 그게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ㅡ 나는 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아마 PC방이 생겨서 이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즐긴 듯 싶다. 처음 PC방에 간 날. IPX를 몰라서 배틀넷에서 헤맸던 기억도 있다. 그 다음엔 1:1로 친구와 붙었는데, 스카웃을 뽑아서 가디언을 잡고, 리버 하나로 러시를 한 기억도 있다..;; 

어느 새 브루드 워가 등장하고 ㅡ 그 때 메딕의 등장은 남학생들의 환호성 그 자체였다. ㅡ PC방이 한 블럭 당 한 개씩 들어서고,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계를 하고,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해서 이름을 떨치고. 

그러고보니 중학생 때 등교 후 아침 조회시간 전까지 비는 시간에는 스타크래프트 얘기로 꽃을 피웠다. 벌쳐의 진동형 무기는 건물 공격에 안 좋다, 배틀크루져 1부대가 캐리어 1부대 잡을 수 있다, 시즈 탱크를 여러번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지 8년은 된 듯 싶다. 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것이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분명 갤러그와 테트리스보다는 진이 빠지는 게임인데. 뭐 그래도 스타크래프트가 우리 기억의 한 부분을 확실히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