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월수입에 당당히 0원이라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부직도 없는 것이다. 어제 과외를 하는 두 집과 연락해서 어머니들과 대면 혹은 통화를 하여 종료 사실을 통보했다. 그리고 최근에 연락 온 과외 신청도 거절했다.

표면적인 핑계는 1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하기 때문에 귀국해봐야 3월 전에 돌아오고 이런 식으로 2달 정도를 비우면 과외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얼굴 붉힐 일이라고. 그리고 내년에는 학업에 좀 더 열중할 계획이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다.

드디어 나의 과외생활에 잠시 휴식기간을 갖는 것인지ㅡ.

사실 남들은 나더러 과외를 많이 한다느니, 돈을 많이 번다느니 그렇게 얘기들 하지만, 사실 자신들도 과외를 꽤나 많이 뛰고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다른 학교 말고 서울대생들). 1학년 때에는 과외를 네 개 뛰면서 나 스스로 '솔직히 이렇게 과외 뛰는 사람 별로 없겠지' 생각했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뭐 아무튼,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뭐 돈을 벌려고 부직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부직도 해내고 학업도 잘 성취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내 과외 생활은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뭐 이걸 지금 밝혀도 되나 싶기는 하지만, 나는 사실 고 2 때 동갑내기를 과외한 적이 있었다. 공부를 그닥 잘 하지 못하는 문과생이었는데, 기말고사 기간에 그 집에서 저녁을 제공받고 집까지 바래다 주시는 조건(?)으로 그 애와 함께 공부를 했다.

굳이 '과외의 역사'를 좀 끌어올리려고 이걸 과외라고 말하는 거지, 실은 시험공부 같이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내가 실질적으로 상금이나 장학금이 아닌 수익을 올린 적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아무튼 그 아이는 다소 좋지 못한 성적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붙어 지금은 입대를 했던가..?

그 다음으로 나는 분당에서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안양에서 분당까지 가는 좌석버스도 매 주 타면서 '안양이랑 분당이 이렇게 가깝구나!' 탄성을 질렀고, 30분동안 스페인어 교본을 보던 게 생각난다. 하지만 분당까지 가는데 들이는 힘과 시간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부족했고 또 의욕이 제대로 살지 못해서 대학 입학 전에 시작했던 과외는 입학 전에 끝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그 때 분당과 안양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대학국어 한자어 교본 1과를 달달 외웠던 게 생각난다. 물론 방학 동안에 하는 자율학습의 한계. 그 1과 뿐이었지 더 이상 공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튼 대국 한자 면제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

입학 전에 시작한 과외가 하나 더 있었다. 그 때 맡은 아이는 고 2였는데 정말 수학과 영어가 '많이' 부족한 아이였다. 다른 한 명은 고 3이었고, 또 다른 그룹은 고 1 남자 둘 과학과외였다. 그러다가 4월에는 초등학생을 하나 맡아서 과외를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는 보수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고 3은 수시에 합격해서 과외가 종료되고, 고 2 아이는 내가 너무 맡기가 힘들어서 기말고사를 끝내고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 과외가 2개로 줄었는데, 과학 과외를 하던 둘 중 한 명이 수학을 다시 신청했고 그래서 다시 과외는 3개가 되었다.

2학기까지 그렇게 이어진 과외는 겨울방학이 되면서 과학과외를 종료시키고(사실 더 진행시켜도 무리는 없었지만 그냥 그만 두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깝다. 수학 과외보다 과학 과외가 훨씬 더 재미있고 잘 설명해줄 수 있는데.) 수학 과외도 흐지부지 종료. 그렇게 해서 과외는 한 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또 클라리넷 선생님과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과외가 하나씩 또 연결이 되었다. 덕분에 겨울방학에도 3개의 과외는 꾸준히 지속.

이 때부터 나는 과외비 인상을 강행(?)했다. ㅋ

그러다가 학기 시작 전에 중 3 아이 과외를 그만두고 (사실 너무 귀찮았음. 애는 앞에서 수면 부족으로 졸고 있는데 그 사실이 나를 좀 짜증나게 만들었다.) 2학년 때에는 과외를 2개로 유지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중간에 고 3 과외를 잠깐 맡았지만 그건 왠지 하지 말아야 했던 과외 같았는데(그 애한테 많이 미안하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지던 과외의 역사는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11월치 돈을 받는 것을 끝으로 '이젠 입금시키지 않으셔도' 혹은 '돈을 안 주셔도' 됩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과외를 하는 시간은 주로 주당 2번씩 2시간. 하지만 과외를 하러 가는 시간을 따지면 오가는 데 1시간 반에서 최대 2시간이 걸린다. 만일 그 시간동안 학교에서 공부한 뒤 늦은 밤에 집에 온다면 귀가 시간 1시간 만이 필요한 것이기에 최대 3시간을 공부하거나 혹은 노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주중 3일 (겹치는 것 고려하자면)을 따져보면 최대 9시간 정도 공부시간에 차이가 나게 된다.

9시간이면 꽤나 상당한 양이다. 매주 9시간. 그렇게 한 달이면;;;;

글쎄,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간동안 얼마나 공부하겠느냐 혹은 얼마나 배우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생활에서는 정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정말 봐야 할 책이나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

아무튼 이젠 수입 0원 김성수, 공부에 집중하기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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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년에 다시 과외를 해야 하긴 할 것 같다. 뭘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슬프다ㅡ.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