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엊그제같았는데, 지난 주말에는 개천절 연휴가 있었다. 시흥집에 내가 올라갔던 추석과는 달리 이번 연휴에는 부모님과 동생 가족들이 익산집에 내려왔고, 함께 왁자지껄 시간을 보냈다. 자기 집에 가야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조카에게 레고 하나 사 줘서 입막음(?)에 성공한 우리는 2박3일의 일정 중에 새로 개장한 익산의 다이노 키즈 월드, 정읍에 있는 옥정호 구절초 테마 공원, 남원의 광한루원(廣寒樓苑)과 카페 아담원(我談苑)에 다녀왔다. 다이노 키즈 월드는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조금 어수선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구절초는 아주 절정을 이루어 동산 전부가 너무 아름답게 수놓여 있었다. 광한루원은 언제나 그렇듯 좋은 경치를, 그리고 아담원은 모두가 감탄할 만한 멋진 자연경관을 선사해 주었다.


머무는 동안 요리도 열심히 해서 오일 파스타도 해 주고, 새우 소금구이와 해물 라면을 대접했다. 새우가 원래 주황색인 줄 알았다던 조카는 소금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새우를 보며 신기해 했고, 이따금씩 파닥거리는 새우의 움직임에 한편으로는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실패할 일이 없는 익산의 새우 소금구이 ㅡ 마침 한산(韓山)에서 샀던 소곡주(素穀酒)도 한잔씩 기울였다. 아침에 따뜻하게 구워 내놓은 캉파뉴 빵은 호평을 받았고, 견과류와 함께 갈아 만든 바나나 셰이크는 특히 아버지가 좋아하셨다. 익산에 다시 오픈한 '육사심'이라는 식당에서는 그토록 어머니가 드시고 싶었던 뭉티기 고기를 팔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육회와 수육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작년에 왔을 때보다 말도 생각도 퍽 늘게 된 조카는 쉼없이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ㅡ 엉덩이탐정 노래를 어찌나 열심히 부르던지 나도 익숙해졌다. ㅡ 떼를 쓰고 먹고 자고 그랬다.


동생 가족과 어머니가 시흥집으로 돌아간 어제, 아버지와 함께 익산의 미륵산(彌勒山)에 올랐고 집으로 가는길에 있는 김장군막국수에 들러 물막국수와 메밀만두를 아주 배터지게 먹었다 ㅡ 아버지는 진미면막국수보다 여기가 더 나은 것 같다며 다음에 오면 꼭 여길 어머니와 함께 오겠다고 말씀하셨다. 조금 쉰 뒤에 나는 골프연습장에 다녀왔고 그 이후로는 막걸리와 맘스터치 햄버거를 먹거니 마시거니 하면서 저녁부터 밤까지 내내 골프 중계방송만 보았다. 마지막 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샵라이트(ShopRite) LPGA 클래식 경기였는데, 후반부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던 한국선수 둘(고진영, 박인비)이 마지막 18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면서, 이날 타수를 많이 줄여 극후반부에 선두를 차지하게 된 프랑스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 주게 되었다. 아버지는 박인비의 마지막 버디 퍼팅이 홀컵을 외면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짧고 큰 탄식을 내지르시더니 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고 하셨다.


돌아오는 주말은 한글날 연휴이다.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또다른 일정이 있을 예정인데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원한다. 요즘은 연휴가 계속 연달아 이어지다보니 10월 달력을 보노라면, 10월도 얼마 안 남았구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