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SFC 자체 수련회가 있어서 하루 내내 강의만 듣다 왔다. 정말 졸려 죽는 줄 알았고, 사실 내용이 그닥 흥미롭지 못해서 내겐 약간 고역이었지만 아무튼 하나님의 영광에 관해 내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오늘 다이어리의 주제가 아니고... 사실 오늘 첫번째 강의는 못 들은 거나 다름 없었다. 왜냐하면, 울산에서 올라온 중고등학생들의 학교 투어 가이드를 맡기로 해서 정오 즈음에 밖으로 나가 관광버스에 올라탔기 때문!

처음 해 보는 관광 가이드 일이라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얘기할 거리는 정말 지천에 널렸고 오히려 기사 아저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리니 뭐 별 얘기 다 하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오늘 그렇게 관광버스에 처음 올라갔을 때 학생들이 조금 웅성이는 듯 했다. 일단 학생들의 호응과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고, 다들 일일 가이드인 나와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재미는 이제부터. 높고 높은 301동 신공학관까지 올라가서 잠시 학교를 내려다보기 위해 다들 차에서 내렸다. 그 때 거기 있던 여고생들이 하는 말이

"누구 연예인 닮았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요?"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잠깐은 놀랐는데, 아무튼 답변은 해 줘야지ㅡ.

"글쎄요, 다들 타블로 닮았다고는 그러더라구요?"

그러자 이 여고생들, 꺄악 소리를 지르며 웃고 수습하느라 서로 정신이 없다. 나중에 자하연에 내려서 걸어다닐 때에는 다른 여중생, 여고생들도 '타블로가 DJ하는 라디오 프로에 사진 한 번 보내봐요', '그래요? 막 이러는 말투가 완전 똑같아요' 등등 막 이런 말들을 했다. :)

머리를 편 이후로 내가 타블로를 닮았다는 소리는 사실 꽤나 들었다 -.-;; 진짜, 내 자랑이 아니고 이건 순전히 머리가 curl에서 straight가 되어서 듣게 된 또다른 별명이다. 타블로는 나보다 눈이 더 크고 다부지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여름에 안경을 바꾸게 되면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 가이드 하는 내내 사실 기분은 좋았다. 남아공 여행 도중에 아버지께서 '난 말이야, 여행 가이드처럼 막 어디어디가 이렇더라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그런 게 참 하고 싶더라'라고 하셨는데 오늘 하면서 나도 그런 기질이 있음을 통감했다. 건물 하나만 봐도 뭔가 한 마디 거기랑 관련된 이야기를 해 주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해 주면 이 아이들을 웃길 수 있을까, 주의를 어떻게 사로잡을까, 완전 가이드 다 되었다.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지방 학생들은 상당히 자주 서울대에 견학을 온다고 한다. 난 중고생 시절에 서울대에 온 적은 딱 한 번 뿐, 그것도 아버지랑 주일에 잠깐 온 것 뿐이었는데. 그래, 서울대는 사실 바랄 만한 곳이기도 하고, 구경하러 놀러와도 괜찮은 곳이다. :)

아참. 이건 꼭 다이어리에 넣어야겠다. 또다른 여고생이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군대는 안 다녀오셨죠?"

아이, 이런 민감한 문제를...!

"네, 아직 미필입니다."

그러자 이 여고생이 하는 말

"어머, 어쩐지, 그러시구나. 동안이셔서 어려보이시길래 물어봤어요. 호호호"

세상에, 아무리 빈말이거나 의례상 하는 말이라도 내 생전에 이런 말을 들어보다니(물론 지난 번 정원이 형 어머니께도 이런 말을 들었지만ㅋㅋㅋ). 오늘 기분 up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