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을 지금에야 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회 카오스 광풍으로 인해 오늘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왔다;; 형들이랑 '이제는 좀 자제하자. 이번주에는 더 이상 하지 말고 서로 자제시키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진짜, 내 죄가 크도다ㅡ.

아무튼!

어제 10시 30분에 일어났었다. 요즘 기상 시간이 늦어지는 건 앞서 말한 카오스 광풍과 무관하지 않다. 일어나자마자 대충 얼굴만 씻고 무작정 간편하게 옷 입고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갔다. 벌써 햇볕은 쨍쨍. 간간이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은 안양천을 바로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ㅡ 이전에 살던 한라아파트도 그러했다. ㅡ 앞으로 3분만 걸어나가면 바로 냇가가 나온다. 그리고는 달리는 것이다. 안양천변을 따라서~! 그런데 달리기 목표가 있어야 달리지. 그래서 나는 아주 '순진하게' 한라아파트까지 달리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올무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한국에서 하는 생애 첫 조깅이었다. 그런데 너무 demanding task였던 것이다. 6분 뛰고 2분 걷고 이렇게 반복하는데 20분이 넘어서야 겨우 한라아파트에 도착했다. 온몸이 젖었고 다리가 벌써 이상하다.

결국 한라아파트 갈 때는 뛰고 걷고 했지만 다시 그 길대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계속 걸어왔다. 배가 심히 고프기도 했고 다리도 영 내 맘대로 활력있지도 않고. 가장 중요한 건 배가 '당긴다'는 것이다. 아니, 달리기를 하는데 배도 영향이 있는 거였나?

결국 출발은 10시 53분, 도착은 11시 53분. 결국 걷고 뛰고 1시간 동안 한 셈이다. 이렇게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목표가 너무 거대했던 듯 싶다;;

돌아와서보니 동생은 이미 교회를 가고 없다. 배가 미친듯이 고팠다. 그래도 먼저 씻어야지. 그리고 이제 점심 식사인가?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음식물 쓰레기. 배수구 통에 벌써 쓰레기가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고 그제까지 먹은 된장찌개를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그 뿐인가. 냉장고에서 조금씩 신선함을 잃어가는 야채와 오래 된 음식들을 모두 꺼내 쓰레기 봉투에 담아야했다. 그릇들은 또 다 씻어야지.
 
이참에 일반 쓰레기도 모아서 버리자꾸나. 그래서 쓰레기 버리는 데 두 번 왔다갔다했다. 설거지도 다 해결하고 냄새를 다 제거하느라 문 열고 물을 강하게 틀어놓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시 반. 배고파 죽겠다.

안 되겠다 싶어서 앞에 수퍼마켓에 나가서 계란이랑 두부, 그리고 레토르트 국 제품을 사서 해 먹었다. 두부를 부쳐 먹는데 너무 얇게 자른 것이 이번 패인. 다음에는 좀 굵게 잘라야지. 저번에 산 모듬스테이크는 나중에 먹겠노라 하고 냉동실에 그냥 넣어두었다.

그렇게 화려한 오찬을 하고나서 집안 정리를 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 컴퓨터를 하다가 저금통을 뜯었다. 이건 그야말로 Show였다. 송곳과 드라이버를 가지고 그 좁은 저금통 입구를 뜯어내는 게 아주 고역이었다. 중간에 손이 날카로운 금속에 베이기까지 했다;;

아무튼 그렇게 고생을 해 가면서 저금통 입을 활짝 열었고 무수한 동전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그리고는 무슨 그리고. 동전들을 모두 봉지에 담은 채 바로 은행으로 향했지. 물론 통장과 도시가스요금 고지서, 그리고 몇몇 군인들에게 전할 편지도 함께 챙기고.

은행은 아주 초만원이었다.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은지. 최근 주식이 올라서 펀드나 주식투자에 관해 상담하는 사람도 매우 많고, 한창 시간이다보니 주부들도 많은데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더우니까 사람들이 에어컨 틀어주는 은행 안에 기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무튼 동전-지폐 교환기와 공과금납부 기계에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 운이 좋다. 동전을 쏟아내었다. 수납하였다. 다시 쏟아내었다. 수납하였다. 반복. 그렇게 해서 반환 받은 돈!!!!

나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중 3 때부터 무려 6년간 정말 조금씩 모았고 크기도 크지 않아 많아봐야 5만원?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절에 육박하는 돈이 굴러들어왔으니..! 뭐하는데 쓰지? 옷을 살까? 아니면 전자제품 중 하나 사는 데 보탤까?

도시가스요금 정확히 1,520원을 내고 곧장 역전우체국으로 달려갔다. 우표를 20장을 샀다. 한장씩 편지에 붙이고 편지 각 통에 우표를 4장씩 넣어서 전송했다. 올해부터 군인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오늘까지 6통을 썼나?;; 물론 모두에게 편지를 쓰지는 못한다. 그리고 편지를 쓰지 않는 부류 ㅡ 예를 들면 공익근무요원이나 전화가 잦은 몇몇 군인들 ㅡ 도 있을 수 밖에 없다 ㅋ

어떤 사람은 남자가 군인에게 편지를 쓰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며 군인에게 매우 따가운 눈총을 받게 만드는 악행(?)이라고 충고했지만 글쎄, 동의하기엔 좀 힘들다. 아니 굳이 군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에게 편지 ㅡ 아니면 E-mail이라도 ㅡ 를 보내는 게 얼마나 괜찮은 소통의 한 방식인데 말이다. :)

우체국 일이 끝났다! 이젠 서점에 갔다. 요리책이 급했다. 요리책을 일단 훑어보니, 저번에 추천받은 '나물이의 밥상 어쩌고저쩌고..' 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이다. 그런데 내게 급한 것은 이런 것 뿐 아니라 특히 간단한 반찬과 국이 문제. 결국 내 맘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아줌마 어쩌고저쩌고..' 이런 책이었다.

으아ㅡ. 불과 2달 전만 해도 GQ나 Men's Health를 운운하던 내가 '대한민국 아줌마..' 이런 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니. 저쪽 판매대에서 완전 조각같은 근육질의 형님께는 무척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제게 필요한 책은 이쪽 코너예요.

그런데 학교 서점에 혹시 이런 책이 있을라나? 이런 거 있으면 학교 도서관 포인트 적립이 되는데. 가만, 대동문고도 포인트 적립 상당한데. 아차, 카드랑 도서상품권을 안 갖고 왔구나. 그냥 찜 해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정말 무의미하게 컴퓨터를 하고 말았다;; 그 시간에 이 다이어리를 쓸걸. 허겁지겁 저녁을 먹은 뒤 교회 임원회의에 참석했고 그 이후에 바로 카오스 광풍이 불어닥쳐 새벽 4시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 치열하다. 지금은 점심을 시켜 먹고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워낙 치열한 하루를 기술하느라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가 장맛비 소리보다 더 맹렬하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