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 말하길 지금 원주에 가자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금요일, 토요일엔 별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비워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늘에야 얘기를 하다니. 지난 주에 가려다가 취소되었던 이 계획이 이렇게 급부활할 줄은 몰랐다. 취소도 인호 때문이요, 부활도 인호 덕분이니 인호는 아세모 내에서 정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무튼 강동구청 역에서 안양 역으로 급히 와야 했다. 이번에는 특수한 루트를 따라서 집에 도착했다. 다음부터는 등하교길에 마을버스 6-2와 5412를 활용해야겠다. 10분 가량 단축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도착해서 준비가 끝나니 무려 밤 8시였다. 너무나도 늦은 나는 민망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인호랑 승훈이가 얼마나 기다렸을꼬;; 알고 보니 둘은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올 즈음에 차 안에서 해결할 음식을 사고 있었다. 이럴수가, 더 미안해졌다. 아무튼 급히 인호의 차에 올라탄 뒤 바로 원주로 직행했다. 원주는 정말 그리 먼 곳이 아니다. '차만 안 막힌다면.'

원주에 도착하니 시간은 약 10시 반? 알고보니 이 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있었다고 하는데 경기 시작시간은 물론 경기 내용, 결과도 몰랐고 모르며, 모를 것이다. 아무튼 축구 경기는 이미 관심 밖이었다;;

도착해서 창준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고 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채식을 다시 시작한 인호를 앞에 두고 연신 치킨을 맛있게 뜯었고, 플스(위닝일레븐10?)를 하러 갔다. 정말 플레이 스테이션,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무척 어렵다. 특히 위닝 일레븐? 나 같은 축구 젬병에게는 극악의 게임이다. 하지만 두 판 모두 무승부로 끝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물론 내가 같은 팀이 아니었다면 승훈이가 몇 골 넣었을는지도 모른다;;)

끝나고는 잠깐 스타크래프트나 할 요량으로 PC방에 갔다. 원주 PC방은 1층에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상지대 한의학과에 다니는 창준이 덕분에 이 학교 앞 원주 시내의 놀거리, 먹거리에 대한 정보는 굳이 안 찾아봐도 굿. 쾌적한 곳으로 인도해 준 덕분에 열심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역시나 어렵다. 으아, 도대체 그들의 감각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겨우 고생고생해서 3:1로 졌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가 끝나고 나서 워3 카오스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럴수가. 여기서 내가 카오스를 또 하게 될 줄이야.

그런데 나 혼자 카오스를 해 봤고 나머지 셋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단다. 그래서 1:3으로 편을 먹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간간이 내가 설명해주는 쪽으로 했다. 결과는 3:0 완승. 마지막으로 갈수록 셋의 실력이 늘어나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아무래도 경험을 무시 못 하지. 아무튼 이들에게 또 카오스를 전한 것 같아, 사람의 남은 휴가 기간, 방학 기간을 망치게 한 것 같아 가슴이 아직도 저린다.

세상에, 새벽 5시. 벌써 해는 뜨려고 하고. 우리는 급히 창준이 방에 들어가 잤다. 일어나니 11시.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12시에 강릉을 향해 출발했다. 마침 강원도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친듯이 자다 깨니 어느새 강릉. 우리는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비가 조금씩 내려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수욕과 모래사장 놀이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 단위, 친구들 단위 정말 많았다. 날씨가 따뜻하지 않고 비가 오는 관계로 선선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들 자신이 없었는지(?), 대부분 평상복 차림으로 해변을 다니고 있었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

그리고 해변가의 횟집에서 회를 맛있게 먹었다. 오죽헌도 잠깐 갔다. 경포호 주변도 돌아보고. 한국지리 시간에 늘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강릉은 왠지 독특하다. 산맥 너머 영동 지방에 고립된 듯한 도시, 그러면서도 왠지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강릉시청도 멋있는 건물이었고, 아참. 강릉대 캠퍼스도 한 번 돌아봤다.

정말 차가 있으니까 여행이 편하다. 사실 이렇게 여행하는 대학 재학 남학생들도 드물다 :) 아무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을 가볍게 여행한 귀중한 1박2일이었다. 다들 고마울 뿐이다ㅡ.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