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사강습회 중에 잠깐 나가서 열통계 교과서를 구입하게 되었다. 원래 4호선 정부종합청사역에서 내가 도착하면 전화를 주기로 했는데 깜빡하고 전화기를 자동차 안에 두고 나온 것이었다;; 범계역에 도착하고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는데 그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범계역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PC방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죄송하지만 잠깐 1분 정도만 확인할 게 있으니 좀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 맘씨 좋은 알바생, 허락해 주셨다. 급히 스누라이프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적은 다음 감사하다는 인사말씀을 올린 뒤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범계역에서 전화를 해서 사정을 알려드렸고 나중에 정부종합청사역 11번 출구에 도착했을 때는 6시 10분;;

알고보니 물리학부 00학번 선배셨다ㅡ. 꺼내시는 열통계 교과서. 35,000원 정도 하는 이 책을 5,000원에 팔겠다고 하시는데 깜짝 놀라서 정중히 사양하고 10,000원을 드렸다. 아무리 필요없게 된 책이라고 해도 정가의 1/7을 받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분, 날 보시자마자 후배나 다름 없다면서 음료수를 사 주시는 게 아닌가.

아무튼 상당히 고마운 분이셨다. 알고보니 이 분이 물리학 교과서를 전부 내다팔기 위해 교재4989란에 글을 올리신 이유가 있었다. 물리학부를 졸업하셨지만 몇 년간 일하신 뒤 그와는 다른 분야의 일을 잡으신 것이셨다. 물론, 이공계 지식이 완전 필요없는 그런 공무원이나 고시는 아니지만. 굳이 이르자면 경제 쪽이라고 할까.

사실 그렇다. 화학부나 생명과학부는 Science가 아니라면 주로 의학 쪽을 고려하여 그 쪽으로 '빠진다.' (물론 어째서 Medicine이 Science가 아니냐고 따진다면 할 말 없지만 여기서의 Science는 좁은 의미의 Science라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 화학이나 생물을 전공했다면 그 위에 의학적 지식 이해 정도와 기술을 쌓는 속도가 매우 탁월하다고 하다.

수리과학부나 물리학부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비록 Biophysics가 있다 해도 물리학과 의학은 직접적이지는 않다. 게다가 추상세계의 수학과 의학은 너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금융경제쪽에 진출했을 때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를 단순히 사회학적,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에는 별다를 것이 없지만 이것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면 탁월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게다가 수학은 경제계에서도 매우 필요한 도구인데 수학과 물리 전공자들은 이쪽에 있어서는 왠만한 인문계생들을 뛰어넘지 않는가.

지금 연수 중이셔서 더는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매우 감사했다. 책값도 책값이고, 책의 상태도 그렇지만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나. 다음 학기 열통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 알고보니 다른 물리학 교과서는 화학부 01학번 선배에게 이미 대량 팔았다고 하신다. 아ㅡ. 그러면서 화학부가 내 책 쓸어간다고 한 말씀 덧붙여 주셨다. 역시 화학부... ㅋㅋ

아참. 한 주 계획을 이런저런 살펴보니 이거 보통 한 주가 아니다ㅡ. 열심히 살아보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