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아하니 나는 내 친구들보다 더 많은 부(富)를 소유하기엔 글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이나 코인, 집이나 땅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는 공제형적금이나 변동성이 적은 변액보험이라든지 소위 '배당주'라고 하는 곳에는 돈을 모셔두는 게 대부분이고, 그나마 일부의 돈을 몇 종목에 번갈아가면서 넣었다 뺐다를 하고 있지만 별 재미가 없다.


술에 취해 전화를 한 친구가 최근에 투자한 코인으로부터 천 기백만원을 벌고 나니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고 숫자가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이더란다. 그래도 잘 된 일 아니냐며 나보다도 돈이 더 많으니 이제 든든할 거라고 얘기해주자 갑자기 그 친구 왈, 내가 연봉은 더 높으면서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한다. 노력? 내가 하는 노력은 논문을 설득력 있게 쓰고, 실험을 과정에 맞게 잘 진행하고, 남들 앞에서 이를 잘 설명해내는 것이 노력인데. 물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잘 되지도 않는 골프 연습을 하고, 일본어나 러시아어 공부를 하는 것도 노력에 포함된다. 그런데 그 노력에는 자산증식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왜 자산증식의 노력을 해야 하는가? 사실 내게는 자산증식의 큰 동인(動因)이 없다. 이대로 살아도 부족함이 없고, 이후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왜 노심초사하면서 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재미를 반감시켜가며 다른 일에 몰두해야 한단 말인가. 나도 돈 쓰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큰 기쁨을 주는 요소임을 알고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안 쓰면 그만 아닌가. 세상은 계속 자산증식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데, 꼭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삶은 내실있게 잘 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수준의 벌이와 씀씀이로 미래를 위한 돈을 어느 정도 남겨두면서도 과한 쪼들림이나 혹은 혹독한 가계 단속을 펼치지도 않음에도 잘 살아오고 있는데 말이다.


내가 별다른 부족함 없이 살아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들 그렇게 본다,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다고. 그럼 그냥 이대로 배부르련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