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호욱이 형이 자하연 3층에서 저녁을 쏘셨다. 결국 이번 학기도 자하연 3층에서 밥을 기어이 먹을 수 있게 되었구나 :) 정말 친절하시고 자상하신 호욱이 형 덕분에 저녁 식사는 아주 맛있었다. 물론 호욱이 형과 만나면 밥만 먹는 게 아니라 대화도 맛있게 먹는다. 오늘 대화의 초점은 '관계'. 이상하게 고학번이 되어서 '관계(關係)'라는 것에서 많은 난관(難關)을 겪고 있는 요즘. 뭐랄까. 생각이 이상하게 꼬여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꾸 나만의 이상한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고,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스스로 관계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오늘 대화를 통해 무언가 느낀 것이 있다면,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고쳐먹어야겠다는 것. 역시 믿는 사람은 신앙(信仰)의 힘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다시 한 번 상처를 딛고 노력해 봐야겠다. 사랑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그렇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대해야겠다.

사실 그간의 잘못으로 멀어진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에게는 내가 참 건방져 보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참 냉정하고 쌀쌀맞게 보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자신에게 무심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젠 좀 문제 의식을 가지고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베풀기에 인색(吝嗇)했고, 거기다가 베풀면 일종의 긍정적인 되먹임(Feedback)을 기대했던 듯 싶다. 만일 시큰둥하거나 아니다 싶으면 그 관계의 통로는 여지없이 닫혔던 것이고.

사실 가장 합리적인 태도는 자기 관리에 집중하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손해되지 않을 정도로 계산하고 관계의 원근(遠近)을 조절해서 상처는 덜 받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쁨과 재미를 누리는 것이다. 최근 내린 결론이 사실 그와 같았다. 솔직히 많은 것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 서로 생각하는 것이 판이하게 다른 사람, 어차피 나와 어울리지 못할 성향(性向)을 가진 사람, 그들에게 바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동기가 아닌 선후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왠만큼 뜻이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배? 후배? 정말 가까이 하기 어려운 상대이다.

생각해보니 내 과거의 경험들이 나를 이렇게 규정(規定)지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나는 동년배들과의 관계에서 초등학교 시절 매우 어려움을 겪었고, 선후배와의 관계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그 중에 아주 편한 해결책을 택했고 그래서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사람에 대한 관심의 방향은 자꾸 나를 향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향한 베풂은 어느새 인색해지고 그 마음은 고갈(枯渴)되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최근 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상당히 무뚝뚝한 면모를 드러내왔다. 사실 학교나 교회 등등 내가 속한 모둠에서 내가 진정으로 무언가를 공유(共有)하고 싶고 코드가 맞고 안 맞고를 초월해서 이따금씩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 혹은 일이나 공부를 위해서, 잡다한 생활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만나고 헤어진다. 최근에는 이런 관계를 무의미하고 내게 유익하지 않은 것으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한 번 더 내 결론을 깨뜨려 보아야겠다. 정말 성실(誠實)과 진심(眞心)으로서 주변 사람들을 대해보자. 내 자존심이나 원칙, 계산을 따르지 말고 정말 순수하게, 밝게, 때론 멍청하게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