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로 2007년 가을학기, 개인적으로는 여섯 번째 학기이자 3학년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적고나니 정말 입학보다 졸업이 더 가까워졌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구나. 3학년 1학기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 없는 2학기지만, 저번에는 점점 옷을 가볍게 입게 되었다면 이번에는 점점 옷을 두껍게 입게 된다는 것, 그것이 critical한 차이이다.

전자학 및 계측론 빼고 나머지 수업은 모두 한 번씩 들어봤다. 이번 학기 역시 21학점. 그리고 그것도 모두 전공으로 모두 채워진 것이다. 아마 서울대 최초로 개설되는 겨울 계절학기 때 교양 과목을 듣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 이수할 교양 과목보다는 듣고 싶은 전공 과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복수전공인지라 다른 선배들처럼 대학원 수업을 미리 들어볼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것이 급한 게 아니라 충분히 학부 시절에 여러 가지 맛보면서 조금이나마 토대를 쌓고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니까 :)

오랜만에 동기들, 동기분들을 만났다. 선배들, 선배님들도 만났다. 후배들, 후배분들도 보았다. 물론 게중에는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후배들도 있었다. 참, 첫 애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고 ㅡ 사실 소개조차 받은 적 없는 것 같다 ㅡ 두번째 애는 머리를 길러가지고 정말 진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갔다. 나중에 알았을 때 어찌나 미안하던지;;

전공과목들의 수업 진행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역학2 프로젝트를 중간-기말 시험 중간까지 제출하라는 것이 가장 압박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아참. 한 가지 불만이 떠오르는데 수업 시간이 화요일, 목요일에 너무 몰려있다. 무려 5개의 전공과목. 세상에. 수요일, 금요일의 경우 단 한 과목만 듣는다. 이런 편중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ㅡ.

이번에 화학 전공 수업은 모두 여교수님들이고 물리학 전공 수업은 모두 남교수님들이다. 이런 우연한 일이!

아, 지금 수강 과목 하나 때문에 고민 중이다. 물리-천문학부의 '물리수학'을 들을까 수리과학부의 '복소변수함수론'을 들을까. 두 수업을 다 한 번씩 들어봤는데 지금 상황대로라면 물리수학을 수강하게 되겠지만, 글쎄, 복소변수함수론도 나쁘지 않은데. 내일 전자학 및 계측론 Orientation이 끝나면 확정해야겠다.

오늘 무기화학1 첫 수업 시간 내내 교수님의 강의 대신 생각과 살아오신 길 이야기를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 백명현 교수님은 무기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와 성과로 인정받으신 분으로 이미 국가 석학(Star Faculty)에 선정되신 바 있는 분이다. 그 분의 1시간 15분짜리 이야기는 한결같이 진행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 왜 서울대에 들어왔죠? 왜 여기서 화학을 공부하죠? 그건 사실 행복해 지려고 그런 거예요.'

무조건 동감이다. 내가 이 자연과학을 선택하게 된 것은 돈이나 명예 혹은 졸렬한 애국심에 의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그건 '부르심'에 따른 순종이었다. 그 길을 따르는 자에게는 무한한 기쁨과 평안, 형통함을 주시는 분이 내 안에 계시니까. 이번 학기도 한 번 열심히 그 길을 따라 달려나가 보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