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커피를 마셨다가 잠을 못 이뤄 혼쭐이 났던 지난 토요일. 연이어 1박2일의 일정으로 다녀와야 했던 시흥집.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미네소타 대학과의 영상 회의로 인해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어야 했던 화요일.  그렇게 고생을 해서 그랬는지, 게다가 주초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하락해서 그랬는지, 수요일부터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으슬함, 혹은 뻐근함은 간혹 겪었던 것이지 나로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이었기에 집안 난방을 이제 적절하게 틀고 창고 안에 있던 전기 장판을 꺼내어 침대에 깔아두는 것으로 대응하면 되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목요일인 어제였다.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감기 증상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목과 코가 마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인후(咽喉)에 뭐가 걸리는 느낌이랄까? 아침에 행정팀에 전화해서 상황이 이러하니, 혹시라도 오후를 지나면서 증상이 조금 두드러지거나 열이 오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연락하고 퇴근 조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도 점심이 지나면서 별다른 증상 악화는 없었기에 나는 오후에 다시 연락을 해서 큰 무리가 없는 것 같으니 퇴근하지 않고 정상 근무를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한 감이 가시지 않아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먹지 않고 따로 '맘스터치'라는 곳에 가서 햄버거를 포장해 와서 사무실에서 혼자 먹었다.


왜 찜찜한 느낌이 들었는가 하면, 왠지 이 모든 상황의 진행이 1년전의 그것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코로나19 감염을 말한다. (참조: http://fluorf.net/xe/192486)


당시에는 내가 증세를 자각해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 아니고, 종로구청에서 온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해하며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체온은 정상으로 '무증상'이라는 범주에 속한 검사자였다. 그런데 검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민감하게 살필 수 있었던 증상을 떠올리자면, 뒷목이 뻐근했다는 것과 코 안이 말라서 답답했다는 점이었다 ㅡ 그런데 이 증상이 수요일부터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체온은 여전히 37도 아래.


검사 다음날 아침, 확진이 밝혀져 큰 충격을 받고 허둥지둥하며 물건을 챙긴 뒤 군산의료원으로 격리 조치되었고, 그날 이후부터 비로소 완연한 증세가 발현되었는데 내가 처음 겪은 가장 특징적인 증세는 바로 인후통이었다 ㅡ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는 단지 '인후에 뭐가 걸리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확실히 인후가 부었다는 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작년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인후통은 이후로 심해졌다가 다시 줄어들고, 열이 37도 초반으로 천천히 오르더니 기침 가래가 증가하고 코를 자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초반부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건 명백히 내가 작년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겪었던 증상과 매우 흡사하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이 추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1) 한번 확진되었다가 회복되었고 2) 중간에 백신(Janssen)을 접종했으면서 3) 다른 확진자 동선과 겹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내가 재감염(再感染)된다니 그게 말이 돼? 너무 작년 경험 때문에 과민반응하는 거 아니야? 너무 예민하게 생각해서 더 아프겠다! 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뭔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무척 강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재택 근무 신청을 하고 아침 9시 반경에 익산시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체 채취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내일 오전 중에는 감염 여부가 알려질 것이다 ㅡ 음성이면 문자로, 양성이면 전화로. 부디 내일 문자를 볼 수 있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